[과학]생명공학시대 연구자유 어디까지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30분


복제양 돌리와 이를 탄생시킨영국 로스린 연구소의 이언 월머트 박사
복제양 돌리와 이를 탄생시킨
영국 로스린 연구소의
이언 월머트 박사
오늘날 과학 발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과학자? 정부? 시민? 최근 각광받는 생명공학에 관한한 그 헤게모니는 다국적 기업이 쥐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상품화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것은 바로 기업이다.

‘생명공학시대의 연구윤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한국생명윤리학회와 토지문화관 공동 주최로 20, 21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과학기술이 이윤 창출의 핵심요소가 된 현대 사회에서 과학자의 책임과 자유의 한계를 짚는 행사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는 발표문을 통해 과학이 시장원리에 지배당하게 된 데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첫째는 비밀주의의 팽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과학연구가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 영향을 입는 시민들은 결과가 발표된 뒤에야 개입할 수 있다는 것. 복제양 돌리도 특허 등록 이후에 관련 정보가 공개됐다.

김 교수는 ‘연구와 응용은 별개’라는 논리로 연구가 기획되고 투자가 결정되는 단계에서 시민들의 개입이 차단된다면 사회적 토론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학이나 공공 연구기관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 연구비를 대는 기업이 연구과정을 통제하는 권리를 일부 갖게 되면서 기업에 직접 이익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연구사업으로 책정조차 되기 힘들다는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

대학 연구진이 기업을 위한 두뇌탱크로 변모하면서 다원적 아이디어, 비판적 사고 등 대학의 공익적 기능은 약화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과학자들이 변화된 시대상황에 걸맞는 윤리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과학이 시장체제에 편입된 사실을 직시하고 과학의 불확실성, 오류가능성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부터 최근의 광우병까지 과학은 스스로가 야기한 문제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는 ‘전문가’라는 이유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일반인들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이전까지의 태도를 버리고 시민 등 과학적 현안의 당사자들과 ‘열린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의 033-762-1382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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