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흥례문 85년만에 제모습 되찾아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8시 25분


경복궁의 흥례문(興禮門)이 85년만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

경복궁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재청은 흥례문 복원 공사를 마치고 26일 오후 2시반 흥례문 앞에서 복원 기념 낙성식을 거행한다.

문화재청은 1996년부터 5년에 걸쳐 22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흥례문과 주변 행각, 유화문(維和門)과 기별청(奇別廳), 영제교(永濟橋) 등 건물 6개동과 어도(御道·임금이 다니던 길) 등 총 517평을 복원했다. 이에 따라 입장권 판매소 등이 위치한 경복궁의 주 출입구가 현재의 동쪽 주차장 옆에서 31일부터 흥례문으로 바뀐다.

흥례문 복원은 1996년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이후 진행되어온 경복궁 복원 사업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제가 1916년 광화문(光化門)과 근정문(勤政門) 사이에 있었던 흥례문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번 복원으로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핵심 부분이 되살아나게 됐다.

흥례문은 2층 목조 건축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이다. 일제가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을 때 원래 경복궁 지반보다 1.5m 높게 지었기 때문에 이번 복원에서는 땅을 1.5m 밑으로 파고 근정문의 높이에 맞게 흥례문을 지었다. 흥례문 현판은 중진 서예가 정도준씨가 썼다.

함께 복원된 유화문은 흥례문 왼편 행각 중간에 지어진 출입문이다. 단층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 원래 유화문 바깥쪽엔 대신들이 근정전에 출입하기 전에 모여 국사를 논의하던 빈청(賓廳)이 있었다.

기별청은 유화문 바로 뒤에 붙어있는 작은 건물로, 이곳에선 승정원(承政院·왕명출납기관)에서 처리한 일을 아침에 기별지(奇別紙)에 적어서 배포하는 일을 맡아봤던 곳.

이밖에 어도 104m, 흥례문과 근정문 사이에 흐르던 어구(궁궐 내의 개천)인 금천(禁川) 135m와 그 위에 놓였던 영제교 등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흥례문이 창건된 것은 조선초 태조 때인 1395년. 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고종 때인 1867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됐다. 그러나 1910년 일제 통치에 접어들면서 흥례문 일대는 훼손되기 시작했다. 조선총독부가 흥례문 일대에서 물산공진회(物産共進會)를 개최하면서 흥례문 주변이 철거 혹은 변형됐고 1916년 조선총독부 청사 공사가 시작되면서 흥례문과 주변 행각(行閣)은 완전히 파괴됐다.

조선초 흥례문의 원래 이름은 홍례문(弘禮門)이었다. 그러나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이름을 흥례문으로 바꾸었다. 이번 복원에서 홍례문이 아니라 흥례문이란 이름을 따른 것은 고종 당시의 중건 건축물을 복원 기준 삼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복원을 기념해 26일부터 29일까지 흥례문 일대를 무료로 개방한다. 경복궁의 다른 지역은 평상시대로 유료. 26일부터 11월20일까지 흥례문 행각에서는 경복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진을 한데 모은 특별전 ‘경복궁 기획사진전’이 열린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경복궁 복원 20년간 총 1789억원 투입

경복궁 복원 사업은 침전(寢殿), 동궁(東宮), 흥례문(興禮門), 태원전(太元殿), 광화문 (光化門)권역 등 5개 권역으로 나누어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총 1789억원을 투입해 연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복원 대상은 총 93개동 3223평. 근정전 뒤쪽의 왕과 왕비 생활공간인 침전권역의 강녕전(康寧殿) 등 12개동 794평은 1995년에, 근정전 동쪽의 왕세자와 세자비 생활공간인 동궁 권역의 자선당(資善堂) 등 18개동 352평은 1999년에 각각 복원이 완료되어 현재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군부대가 주둔했던 경복궁 서북쪽 태원전 권역의 25개동 469평은 2003년에 복원 완료되고 광화문 이전 복원 및 서십자가 복원 등을 골자로 한 광화문 권역 복원은 2009년에 완료된다. 이와 함께 경복궁 정전(正殿)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2층짜리 목조건축물인 근정전(勤政殿·국보 223호)은 지난 해부터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가 내년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2009년이 된다고 해도 경복궁 전체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 것은 아니다. 2009년 경복궁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건물 수는 129동으로, 고종 당시 330여동의 40% 선을 복원하는데 그친다. 문화재청은 따라서 2009년 이후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추후 복원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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