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사학회는 26,27일 충남대 사회과학대 시청각실에서 ‘지식 변동의 사회사’를 주제로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통적인 유교사회부터 사이버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론’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조망할 예정이다.
개막 발제를 맡은 한국사회사학회장 김필동 교수(충남대·사회학)는 미리 제출한 논문에서 최근 지식인 역할의 급부상이 오히려 지식인 사회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IMF사태 이후 지식인이 위기탈출의 ‘구세주’로 여겨질 만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는 지식인의 효율성에만 집착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지식 개념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지식인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상대 사회학과 강수택 교수는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요구된 지식인의 역할 모델을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기의 지식인론’이라는 논문에서 “5·16 군사쿠데타는 기성 정치인에 실망한 일부 지식인들에게 불안감과 동시에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곧 지식인들의 현실 참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0년대에 엘리트주의적 태도를 고수하며 정권에 우호적 입장을 취하는 지식인이 많았다면, 70년대에는 지식인의 정권비판적 성향이 심화됐고 엘리트주의보다는 민중의 입장에 선 지식인이 급격히 증가했다는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가장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는 분야는 디지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초래한 지식의 정의와 역할 변화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는 ‘사이버시대,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시대의 지식의 형태, 유통의 차이점을 정리하고 향후 추이를 전망했다.
이 교수는 “사이버시대는 정보의 유동성, 분산성, 다원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사회적 권위는 약화되고 개인들의 힘이 강해진다”면서 “이제 지식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 의해 생산될 것이며 심지어 교수시대의 종말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교수들이 기존의 엘리트주의를 지양하고 새로운 살 길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