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괜찮다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면 영락없이 싫은 점이 한 두 가지씩은 눈에 띄었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 안좋은 부분만 확대해서 보는 게 그의 버릇이었다.
덕분에 인간관계는 늘 주변을 맴돌 뿐, 깊이있게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가 거리를 두는 만큼 상대방도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그는 피장파장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늘 겉돌기만 하는 인간관계로 인해 생겨나는 쓸쓸한 심사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게다가 그 자신은 의식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자기를 싫어하고 따돌리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문제의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늘 마음에 안드는 행동을 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지, 자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건방지다고 악평하는 한 회사 동료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사람조차 그를 건방지게 대했다면 그건 분명 그에게 원인이 있을 터였다. 그가 오죽 마땅찮게 굴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지만, 그 자신만은 오로지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었으니 딱한 노릇이었다.
물론 문제의 진짜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는데 지나치게 인색했다. 칭찬하고 지지를 보내고 배려하는 건 더욱 바랄 수 없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왔고.
이 세상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내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 상대방도 내게 신뢰를 보내게 돼있다. 나 역시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는 그 믿음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믿을 만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내 단점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더 주눅이 늘든지, 아니면 그에 대한 분노 때문에 나의 어두운 면, 난폭한 면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인관계의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해선 안될 일이다. 물론 내 탓만으로 돌려서도 안된다.
그보다는 어디까지가 내 문제고, 어디까지가 상대방 문제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래야 쓸모없는 적개심과 분노의 감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