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 제일생명갤러리에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무라야마 탄생 100주년 기념 초상화전’에 1945년 서울에서 그린 ‘이강 이건 이철 3형제상’이 전시된 것.
1922년 독일 유학 시절 전위화가로 데뷔한 후 일본에서 좌익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무라야마는 1945년 3월부터 12월까지 서울에서 연극활동을 했던 인물.
조선연극문화협회 촉탁 신분으로 한국에 건너 왔던 그는 연극 연출과 평론, 영화제작에 몰두하는 한편 틈틈이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71점의 초상화를 그렸다. 당시 연출가 안영일, 배우 황철, 영화감독 박기채, 연극운동가 이강복, 영화제작자 이재명, 배우 김소영, 무용가 조택원씨 등이 그의 화폭에 담겼다.
|
그는 광복 직전인 1945년 8월 초 서울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에서 초상화 전시회를 갖기도 했으나 작품들은 보관하던 집들이 6·25전쟁 때 불타 없어지면서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에 발견된 작품 ‘3형제의 초상화’의 주인공 중 이강씨는 사진작가로, 건씨는 JAS서울지사장으로, 철씨는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였던 이영개씨(당시 금강비행기 사장)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그와 친했기 때문에 ‘모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초상화 작업에 몰두해 모두 250여점을 그렸고 이로 인해 ‘프롤레타리아 드 다빈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3형제의 초상화’를 찾아낸 정대성(鄭大成) 고려대 강사는 “무라야마는 일본문화사는 물론 한국 연극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라며 “그는 당시 회화라는 예술적 수단을 통해 한국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