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던 앰뷸런스가 멈춰섰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30대 초반의 임신부가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그리고 이내 수술실로 옮겨졌다. 임신 8개월째의 몸으로 외출을 했다가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상태.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당시 38세) 등 의료진이 수술실로 서둘러 모여들었다. 환자의 콩팥은 파열됐고 뱃속은 피로 흥건했다. 태반은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이 교수는 1시간 반 동안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달렸지만 환자는 끝내 출혈 과다로 숨을 멈추고 말았다.
수술실 문을 열고 나온 이 교수는 수술실 밖 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환자의 남편에게 슬픈 소식을 전해주려다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다. 아빠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세살바기 여자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북바쳤다.
7년 전 이맘 때 그 가슴 아팠던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어서일까.
대학병원 의사 가운데서도 이 교수는 유난히 바쁜 사람으로 통한다. 진료일이 따로 없다. 밥을 먹다가도 환자가 찾아오면 벌떡 일어난다. 산부인과 외래 직원들은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환자 전화를 바꿔주느라 일에 지장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토요일에는 진료를 쉬도록 되어 있지만 강원 태백시에서 새벽차를 타고 오는 30대 환자를 2년 이상 보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질문이 올라오면 매일 답신을 보내준다.
이 교수는 연구에도 열심이다. 올해 하버드대 부속 브리그햄 앤 우먼스병원팀과 공동연구로 TCF-β3라는 성장호르몬이 자궁근종 발생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98년엔 이 팀과 공동으로 자궁근종을 녹이는 비(非) 호르몬 제제 ‘피르페니돈’을 개발해서 현재 임상 시험 중에 있다.
그는 “아버지와 형, 매부에 비하면 내세울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 이우주 전 연세대총장(84·현 아산재단 이사)은 세계적 약리학자. 11년 전 국내 최초의 의학대사전을 발간했으며 재작년 82세의 나이로 무려 3000쪽이 넘는 개정판을 펴냈다. 형은 국내에서 간질 등 경련질환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신경과 이병인 교수(51)이고 매부는 올해 동아일보사가 위 질환 부분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한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47)다.
-자궁 근종이 있으면 꼭 수술을 받아야 하나?
“가임 여성 가운데 20∼40%가 자궁 근종(혹)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빈혈이 있거나 복부에 압박증세가 있는 경우, 빈뇨 등이 있을 때 등 10∼20% 가량의 환자다. 특별히 불편감이나 증세가 없고 혹이 작을 때에는 6∼12개월에 한번씩 이상 여부만 관찰하면 된다. 자궁 점막 밑에 용종이나 혹이 있으면 자궁경(子宮鏡), 자궁 바깥쪽에 혹이 있으면 복강경(腹腔鏡)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자궁 내막과 가까이 혹이 있어 불임의 원인이 되거나 혹이 크거나 여러 개 있는 경우 등에는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한다. 몇 년 전 자궁의 혹 주위 혈관을 막거나 묶는 시술법이 등장했지만 그 효과나 부작용에 관해 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폐경기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암이 유발된다는데?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지만 가족이 폐경기로 고통받는다면 호르몬 요법을 권하겠다.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을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뼈엉성증(골다공증) 심장병 우울증 등을 예방할 수 있으며 유방암 발병률은 프로제스틴 복합 요법으로 낮출 수 있다.”
-호르몬 요법은 어떻게 받는가?
“두 가지가 있다. 25일 동안 에스트로겐 제제를 먹고 10일 간 프로제스틴을 먹은 다음 5일 쉬고 이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을 ‘주기적 요법’이라고 한다. 이 경우 월경이 계속돼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매일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똑같이 복용하는 것은 ‘계속 요법’이라고 부른다. 월경은 없지만 갑자기 출혈이 올 수 있다. 더러 약 복용을 까빡 잊어먹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 경우 무시하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 된다.”
-월경 이상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불편하거나 불임의 원인이 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월경이 없거나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무월경의 경우 불임이 우려되면 배란유도제를 투여받는다. 뇌 시스템이나 난소의 기능 이상으로 호르몬이 부족해져 뼈엉성증 등으로 고생할 경우 호르몬요법을 받아야 한다. 무월경 중 비만 스트레스 등 때문에 생기는 ‘다낭 난소 증후군’이라는 병이 원인이라면 황체 호르몬 투여요법, 피임약을 통한 주기조절 등으로 치료하고 임신을 위해서 배란 유도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월경불순은 자궁내막 질환, 호르몬 분비 이상 등 원인에 따라 치료받는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가 자궁암 난소암 자궁근종 월경이상 폐경기질환 등 여성 질환분야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6개 의대의 여성질환분야 산부인과 교수 60명에게 △가족 중 여성 질환이 생기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의 의사를 5명씩 추천하도록 해 종합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1994년 강남성모병원 임용택 교수를 주축으로 결성된 대한 자궁 내막증 연구회 회원인 교수 7명 중 6명이 ‘톱 30’에 들어 이 모임의 위력을 떨쳤다. 회장인 임교수와 1위를 차지한 이병석 교수를 비롯해 최영민(서울대병원) 허준용(고려대 구로병원) 오성택(전남대병원) 이택후 교수(경북대병원) 등 회원이 영예를 차지한 것.
서울대병원 김석현 교수는 ‘톱 10’에 근접했지만 불임이 주전공이라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주대병원 치료방사선과 전미선 교수도 추천을 받았으나 전 교수의 분야는 다음 주 21회분에서 다루게 될 ‘각종 암의 비수술 치료 분야’에 해당돼 이번에는 전 교수를 뺐다.
병원 별로 점수를 집계한 결과 1위는 서울대병원이었으며 이어 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순이었다.
여성 질환 베스트 중견 의사
이 름
소 속
세 부 전 공
이병석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생식 내분비 질환, 내시경
박종섭
가톨릭대 강남성모
자궁경부암, 질 확대경
이선경
경희대
부인 종양
송용상
서울대
부인 종양
오성택
전남대
자궁내막증, 골반경 수술
김영태
연세대 세브란스
부인 종양
윤보현
서울대
조산, 고위험 임신, 불임
배덕수
성균관대 삼성서울
부인 종양
최영민
서울대
생식기 내분비 질환, 불임
허준용
고려대 구로
생식 내분비 질환, 골반경 수술
김영탁
울산대 서울중앙
부인 종양
조수현
한양대
폐경기
서수형
한림대 강동성심
폐경기, 불임
박상윤
국립암센터
부인 종양
김동규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부인 종양
김병기
성균관대 삼성서울
부인 종양
임용택
가톨릭대 강남성모
자궁내막증, 폐경
김승철
이화여대 목동
부인 종양
박노현
서울대
부인 종양, 생식기 내분비 질환
윤병구
성균관대 삼성서울
폐경기
장영건
미즈메디
내시경 시술
배상욱
연세대 세브란스
생식 내분비 및 비뇨기 질환
황도영
함춘
유전학
김해중
고려대 안산
주산기학, 고위험 임신
채두석
성균관대 삼성서울
청소년 여성질환
유희석
아주대
부인 종양
이택후
경북대
생식 내분비질환
조재성
연세대 세브란스
모체 태아의학
신진웅
가톨릭대 대전성모
부인 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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