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파격적이고 따뜻한 WTSE의 '안내섬광'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6시 59분


문라이즈라는 레이블이 있다.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졌으며 인디적인 냄새가 아주 강하게 느껴지는 그런 레이블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하자!"라는 것이 이 레이블의 기치다.

이 레이블 하나의 특징은 가수들이 홈레코딩-집에서 녹음을 하는 것- 한 음반을 직접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기존에 발매되는 음반 만큼의 음향효과나 매끄러운 것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가수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CD나 DVD의 매끈한 화질 사이에서 LP를 듣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절대 음악이 복고풍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가수의 개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따끈 따끈한 음반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들어보기]'Loveless' / '기도'

이번에 문라이즈에서 선보이는 '워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 이하 WTSE)'의 음반도 홈레코딩으로 그들이 직접 만들었으며 앨범의 자켓도 그들 작품이다. WTSE는 전 코나의 리더인 배영준과 여러 음반에서 작·편곡과 연주세션으로 활동한 한재원, 김상훈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전자음악 밴드다. 처음에는 코나의 홈페이지에 서비스 차원으로 선을 보인 것이 음반을 내게 된 경우다.

WTSE의 음반 '안내섬광(眼內閃光)'은 전자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 예전 코나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도입부와 파격적인 전자음악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러브리스(Loveless)', 밴드가 늘 좋아하던 가수 윤상에 대한 오마주인 '기도(Player)'는 코나의 보컬이었던 김태영이 부른 오리지널곡과 마이 언트 메리의 정순용(토마스 쿡)이 부른 믹스 버전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프렌치 팝의 멜로디를 가진 보사노바곡 '침식', 다양한 리듬 패턴을 선보이는 '러브' 등 총 12곡이 실린 이번 앨범은 과격하면서도 따뜻하며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댄스와 발라드의 일률적인 우리나라 음반 시장에서 끊임없는 실험정신의 산물로 나온 음반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김경숙<동아닷컴 기자> vlff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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