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징크스'에 얽매이기 싫은데…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13분


30대 후반의 주부 김모씨. 그녀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한 가지 있다. 자기도 모르게 하루에도 몇번씩 일종의 미신적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평소 점을 보러다니거나 하며 미신을 믿는 타입도 아닌데 그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어쩌다 친구들이 그런 곳에 가자고 해도 한사코 거부하는 쪽이다. 그런데도 하루에도 몇번씩 자잘한 미신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비누칠을 7번 이상 하면 그날은 조짐이 안 좋은 날이다. 한 달 내내 그런 일 없다가 어느날 밤 우연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밤하늘에 눈썹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다. 그러면 역시 기분이 꽝이다. 누군지 기억도 안나지만, 아무튼 누군가로부터 눈썹 모양의 달을 보면 근심할 일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나서 생긴 버릇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계속 파란 신호등만 만나거나 빨간 신호등만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도 미신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빨간 신호등만 만난 날은 이상하게 모든 일이 얽히는 것만 같다.

그뿐이랴, 중요한 일 때문에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다가 저만큼 건널목이 보여도 무의식중에 긴장하고 만다. 만약 건널목에 닿았을 때 신호등이 파랑으로 바뀌면 그날 일이 잘 풀리는 거고, 파랑으로 있다가 빨강으로 바뀌는 건 무지하게 불길한 전조로 여겨지는 것이다.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하소연이다. “어떨 땐 그러는 나한테 화가 난다니까요.”

물론 이유는 있다. 이 세상에 아무 까닭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화를 낼 것 까진 없다.

우리가 그처럼 자잘한 미신적 사고에 휘둘리는 건 불안감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믿을 수 없는, 그래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때때로 우리 심리의 기저를 건드린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는 것 자체가 앞 일을 모르는 불확실 덩어리 아닌가. 그러니 때로 발바닥 간지러운 어린아이처럼 불안감에 안절부절 못하며 미신적 사고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태가 될 때마다 과연 그것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감정에 기초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때로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비합리적 사고와 감정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마련이다. 그런 다음엔? 슬금슬금 그런 생각들이 피어오를 때마다 화내지 말고 대신 속으로 푸하핫 웃음을 터뜨려 보라. 그쯤되면 치료가 된 셈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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