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설교에서 도저히 무너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지듯이 하나님 외의 어떤 우상도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뭘 믿고 저희 교회에 오셨나요. 절 믿고 왔다면 저는 실망시켜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 "사람들 오해 사기도"
김 목사가 동안교회에 부임한 것은 1991년. 그는 목회자가 목회의 기반을 닦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40대의 전부를 이 교회에 바쳤다. 교인이 작년초 3000명, 올초 4000명 등으로 최근 한해 1000명씩 늘어날 정도로 성장의 가속도가 붙었다. 이렇게 잘 나가던 교회의 목사가 올 6월 아무런 미련없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을 때 동안교회는 물론 교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사퇴의 이유는 간략하다. “교회가 목사 한 사람에게 의존해 성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시대 최고의 설교자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 목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50이란 나이는 새로운 시작이 쉽지 않을 나이입니다.
“누구나 50살 정도 되면 안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목회자라고, 저라고 예외겠습니까. 하지만 그나마 이 나이에 용기를 내지 못하면 앞으로 절대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교회의 김정석 목사가 40세인 올해 아버지 김선도 목사로부터 목회권을 물려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동호 목사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그 결단은 50이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순수했던 나머지 곧 오해에 휘말렸다. ‘100억원 이상을 지원해줄 큰 물주를 만났다’ 등의 헛소문이 돌았다.
“100억원 이상을 지원해줄 큰 물주도 없거니와, 100억원 정도 지원을 바라고 동안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셈이 잘못된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제 물주는 큰 물주가 아니라 조물주입니다.”
◇ "교회 건물 갖지 않겠다"
-새 교회는 어떻게 꾸려갈 계획입니까.
“교회건물을 갖지 않을 생각입니다. 숭의학원 대강당을 빌려 난방공사 등을 끝낸 후 내년 2월경부터 그곳에서 예배를 드릴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왕 기존 교회를 나온 이상 진정으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개척교회 일은 함께 사역하는 다른 두 목사님에게 맡기고 저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청년들을 상대로 한 전도집회를 열고 싶습니다.”
그는 80,90 년대 청년들을 신앙으로 이끈 ‘제자훈련’이나 ‘찬양운동’이 높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너무 교회일에만 매달리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들을 역사성과 사회성을 두루 갖춘 크리스찬 청년으로 이끌고 싶어 한다.
◇ 노자 '도덕경' 영향 받아
“제게 무슨 신학이 있다면 그것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지지 말자는 균형감각입니다. 제 자신 장신대 신학생때 성경과 함께 철학사의 문제와 깊이 씨름했습니다. 위험한 사상과 이념도 막으면 안됩니다. 교인들로 하여금 양쪽 얘기를 듣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김 목사는 보수적 교단의 목사로서는 드물게 노자의 ‘도덕경’으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그의 입장은 ‘노’에 가깝다. “산 정상에 올라가는데 여러 등산코스가 있고, 제 이성은 그게 옳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다원주의를 인정할 경우 신앙은 근거를 잃습니다. 신앙에는 신학으로, 이성으로 풀 수 없는 신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가 21세기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청년 기독교운동의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 교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