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은 검은 색을 주조로 한 판화들. 검은 색은 박종호 판화의 키워드다. 그것은 ‘태초에 빛이 있었다’의 이전 상태를 의미한다. 즉 카오스(혼돈)의 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검은 색은 동시에 코스모스(질서)로 이어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검은 색은 따라서 혼돈이자 질서이고, 소멸이자 생성이다.
박종호의 판화는 이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탐색이다. 검은 색의 바탕 속에 알 구(球) 구름 꽃잎 여인 완두콩 배 호두 사과 감 오렌지 등을 표현한다. 알에서 드러나듯 이들 소재는 탄생과 생명을 뜻한다. 그리고 검은색과 어울리면서 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국 작가의 메시지는 생명의 신비인 셈이고, 작가의 작업은 우주와 생명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다. 02-545-2151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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