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암의 비수술치료/방영주-최은경 교수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

서울대 병원 방영주 교수(46)의 눈은 날카롭고 깊다. 원칙주의자로서의 성품과 천재성이 서려 있다. 본인은 쑥스러워하지만 서울대 병원 근무자 가운데 ‘방 교수〓천재’라는 등식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방교수의 눈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암과의 전장에서 겪는 좌절, 분노, 감격 때문이다. 방 교수는 미국 국립 암연구소 연구원, 대한 암학회 총무, 국립암센터 자문의원, 암정복추진기획단 기획위원 등을 역임하며 ‘암과의 전투’에서 늘 선봉에 서 왔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 암연구소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방 교수는 94년 위암이 세포 자체의 결함으로 TGF-β라는 물질에 담긴 성장 중지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해 생긴다는 사실을 박재갑 현 국립암센터 원장과 함께 세계 처음으로 밝혀내 미국 학술원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1일 오전 10시경 서울대병원 본관 9층. 막 수업을 마치고 나온 방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연구실은 서류 더미로 어지러웠고 깨끗이 정돈된 곳은 비서의 책상 뿐이었다.

-항암 화학요법에 대해 설명해달라.

“인체에 생기는 암은 200 가지가 넘고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도 100여 종이나 된다. 함암 치료를 할 땐 2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을 조기 발견해 수술로 완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암환자에게 항암치료는 불가피하다.”

-항암치료는 부작용이 많아서 환자를 고생시키기만 한다는데….

“그렇지 않다. 고환암, 급성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은 항암제로 완치가 가능하고, 위암 폐암 등 대부분의 암 치료시 환자의생명을 연장시킨다. 또 암 수술후치유율을 높이는 데에도 사용된다. 유방암 대장암 등은 이런 보조화학요법으로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치유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다. 암 치료는 환자가 조기에 숨지지 않는다면 대부분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환자와 의사간에 믿음이 없다면 환자는 의사의 말을 흘려 듣게 되고, 의사는 최선의 진료 대신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된다. 환자가 의사를 100% 믿으면 의사는 두렵다고 할 만큼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암환자와 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민간요법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다. 효과만 입증된다면 못 쓸 이유도 없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복용량 부작용 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또 고기를 먹으면 암세포가 무럭무럭 자란다는 등 시중에 떠도는 속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골고루 즐겁게 먹으면 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담배는 당장 끊어야 한다.”

-암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는가.

“서울대 병원의 암 치유율은 40∼50%로 미국 백인 암 환자의 치유율 60%보다 낮다. 중기 이후 암 환자가 많은 것도 이유이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치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암세포가 TGF-β의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규명 △COX-2 억제제의 암예방 효과 규명 △새로운 계열의 항암제 개발 등에 매달리고 있다. ”

방교수는“서울대 암연구소를 미국 ‘다나-파버/하버드암연구소(DF/HCC)’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암연구소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서울중앙병원 최은경 교수▼

첼로의 선율(旋律)로 ‘대암(對癌) 전쟁’에 무기로 쓰일 섬세함을 충전하는 여의사. 서울중앙병원 최은경 교수(43)는 집에서 첼로를 연주하거나 연구실에서 첼로 CD를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곤 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째 연구실에서 첼로 음악이 들리지 않고 있다. 외국학술대회 참석차 자리를 비웠기 때문. 최 교수는 10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떠나 미 암연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 중이다. 방사선 치료와 유전자요법을 결합한 치료법에 대해 강연한 다음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미 방사선 치료학회에서 폐암의 방사선 치료방법에 대해 발표하는 일정이 이어진다. 귀국은 10일. 매년 2, 3차례 국제학회에 초청받는 명사이기에 늘 바쁘다.

1일 오전 11시 최 교수가 묵고 있는 마이애미 힐튼 호텔로 국제전화를 걸어 인터뷰했다. 그곳 시각으로는 저녁 9시.

-방사선 치료는 외과 수술 시기를 놓친 사람에게 생명을 약간 연장시키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방사선 치료는 외과 수술을 보완하기도 하고 단독 치료로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초기 자궁암은 칼을 대지 않고 방사선만 쬐더라도 큰 부작용 없이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 후두암 등 두경부 종양과 뇌종양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상당수의 폐암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 서울대 병원 방사선 종양학과는 환자의 60%를 완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자궁암 2기 환자의 치료율은 80%이고 3기 폐암 환자의 완전 관해율(寬解率·치료 뒤 암세포가 하나도 안보이는 비율)이 30%로 선진국의 15%보다 훨씬 높다.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는 약한 방사선을 쬐어 통증과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의사 중에서도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람의 사고는 경험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수십년 동안 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경험한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컴퓨터 공학과 분자생물학의 성과에 힘입어 이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 어느 정도 정확한 ‘조준 폭격’이 가능해져 부작용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미국에서는 암 환자의 60% 이상이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국내에서는 20∼25% 만이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서울대 병원 방사선 종양학과의 경우 환자의 80%가 외래 환자다. 직장에 계속 다니며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최 교수는 95년 ‘입체 조형 방사선 치료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폐암 자궁암 등을 이 방법으로 치료하는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이 치료법은 환자의 환부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찍어 모의 치료기로 CT 사진을 재구성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다음 5, 6개 방향으로 정밀하게 방사선을 쬐는 것. 지금까지의 2차원 방사선 치료법보다 더욱 정확하게 강한 방사선을 쪼일 수 있다.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 ‘오폭(誤爆)’ 가능성을 낮춘 것.

-암 환자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완치하기 힘들지만 병을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암도 마찬가지다. 암을 극복한 한만청 전서울대병원장이 펴낸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책 제목이 아주 좋은 말이다.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전체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완치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암을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은 항암치료 분야에서 서울대병원 내과 방영주 교수, 방사선 치료 분야에서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최은경 교수를 가장 뛰어난 중견 의사로 꼽았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에서 암을 치료하는 종양내과 및 방사선과 교수 63명에게 △가족 중 암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중앙병원 이규형, 한강성심병원 박영이, 전남대병원 김형준, 경북대병원 손상균, 전북대병원 곽재용 교수 등 혈액암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들도 추천을 받았지만 이들은 9월에 소개한 ‘혈액 질환’ 분야에 해당되는 의사들이므로 선정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한편 방사선과 의사 중 경희대병원 홍성언, 신촌세브란스병원 김귀언 교수는 50대 초반이어서 추천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추천받은 의사를 소속병원 별로 보면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수위를 다퉜고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아주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순으로 많았다.

▼암의 비수술 치료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과	이름	소 속	세 부 전 공
종 양 내 과	방영주	서울대	항암 화학 요법
	허대석	서울대	두경부암, 암의 유전자 요법
	정현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위암, 유방암
	박근칠	성균관대 삼성서울	다발골수종, 대장암, 유방암
	윤휘중	경희대	항암 화학 요법
	임호영	아주대	소화기암
	홍영선	가톨릭대 성모	항암 화학 요법
	강윤구	울산대 서울중앙	항암 화학 요법
	김주항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폐암, 소화기 암
	김열홍	고려대 안암	위암 등 소화기암
	강원기	성균관대 삼성서울	소화기암
	이종석	경상대	항암 화학 요법
	김시영	경희대	종양의 발생과정과 암치료
방 사 선 과	최은경	울산대 서울중앙	폐암, 자궁암 치료
	서창옥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유방암, 뇌종양
	안용찬	성균관대 삼성서울	폐암
	전미선	아주대	부인과 종양
	김일한	서울대	암의 방사선 치료
	성진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간암 등 소화기암
	조관호	국립암센터	두경부 종양, 폐암
	김대용	국립암센터	뇌종양
	배훈식	한림대 평촌성심	두경부암, 폐암, 뇌종양
	최일봉	가톨릭대 성모	혈액종양, 유방암, 소화기암
	이창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폐암
	전하정	한양대	암의 방사선 치료
	우홍균	서울대	두경부 종양, 부인과 종양
	김철용	고려대 안암	폐암 소화기암 림프선암
	정태식	고신의료원	암의 방사선 치료
	임도훈	성균관대 삼성서울	뇌종양, 소화기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