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학생신체검사 '수박겉핥기'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13분


전국의 초중고교생이 매년 4∼6월 받는 정기신체검사 내용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체질을 검사하는 의사의 경우 검진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검진시간도 짧다보니 질병을 앓고 있는 학생을 찾아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달 말 한양대 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학생 신체검사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지적됐다.

주제발표를 한 한양대 김윤신 교수(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장)는 전국 69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양호교사의 49%가 현재 체질검사 방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42.6%는 체질검사에 대해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체격·체질 검사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4월부터 3개월간 실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수업에 지장을 준다며 하루 이틀 안에 겉치레로 끝내고 있다.

한성과학고 조희순(45) 양호교사는 “수박 겉핥기식 검사로 질병을 가진 학생을 찾아내는 비율이 고작 3% 수준”이라며 “이마저도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낼 뿐이지 추가 진료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교육위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체질검사에서 의사 1인당 검진 학생 수는 289명, 검진시간은 1분12초였다.

체격 체질 검사의 검진 항목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희의료원 조병수 박사(소아과)는 “해당 전문의도 아닌 의사에게 눈 코 귀 검사는 물론 피부병이나 알레르기성 질환까지 알아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입학 전에 전문기관의 신체검사 결과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격 검사도 남녀 학생의 신체 특성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어 학생들의 신체지표로 사용하는데 무리라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의 한 양호교사는 “최근 여학생들이 가슴둘레를 재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며 “성인 여성조차 꺼리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38) 지부장은 “불필요한 검사를 매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예산을 아껴 2∼3년간의 간격을 두고 좀더 정확한 체질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육인적자원부 학교보건담당 김상욱 서기관은 “신체검사 제도가 50여년간 큰 변화없이 진행돼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검사 만족도▼(단위 : 명(%))

만족도학교의사양호교사학생 학부모
매우 만족3(4.8)1(1.3)256(10.3)
만족한다21(33.9)17(21.5)960(38.8)
모르겠다31(50.0)12(15.2)1055(42.6)
불만족7(11.3)49(62.0)204(8.2)
합계62(100)79(100)2475(100)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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