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출산을 한 달 앞둔 P홍보대행사 직원 정모씨(34·서울 광진구 구의동)는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남편이 산부인과 병원에 붙어 있는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내의 출산예정일을 며칠 앞둔 H기업 김모 과장(34·서울 강남구 일원동)도 일산의 산후조리원 신생아 사망사고 소식을 접한 후 아내의 몸조리를 집에서 하기로 했다. 김 과장은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산후조리원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 발병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임산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산후조리원 공포’는 산후조리원 예약 취소사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문을 닫는 산후조리원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7개 산후조리원 중 5개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산후조리원은 12월 입실 예정인 임부 1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평소 15명의 산모가 있었으나 지금은 6명뿐이며 일산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예약이 완전히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또 일부 산후조리원은 일산 신생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일산 지역 임산부를 받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임신 33주째인 일산의 한 임부는 서울 지역 산후조리원을 알아보았으나 일산 지역 거주자란 이유로 잇따라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임산부들이 집에서 ‘산후 도우미’를 쓰고 싶어하지만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 시댁이나 친정 식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임산부들은 산후조리원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산후조리원 공포’ 현상에 대해 “아직 괴질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관리를 제대로 하는 산후조리원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산부인과 간호사와 조산사 경력을 가진 분당의 사임당산후조리원 이분자 원장도 “시설이나 관리면에서 믿을 만한 산후조리원마저 임산부들이 무조건 기피해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전국에서 304개의 산후조리원이 영업 중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