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15세 샬럿-13세 베키, 성악 음반계 '소녀 전쟁'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1분


《“샬럿의 순진미냐, 베키의 원숙미냐”

음반계에 ‘소녀 전쟁’이 불붙었다. 수비측은 영국 웨일즈 출신의 ‘신동 소프라노’ 샬럿 처치(15·위)와 음반사 소니. 공격측은 런던 출신의 ‘뮤지컬 신동’ 베키 테일러(13·아래)와 EMI.

1997년 클래식 음반계에 ‘꼬마 소프라노 돌풍’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 샬럿 처치의 아성에 최근 테일러가 데뷔음반 ‘드림 컴 트루’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샬럿 처치는 열한살 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꼬마 요정. 웨일즈의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해 세 살 때부터 교회 자선공연 등에서 노래했다. 영재 어린이를 소개하는 TV쇼에 출연한 것이 스타덤으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 도처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1998년 데뷔 앨범 ‘천사의 목소리’는 세계에서 600만장 이상 팔렸다. ‘샬럿 처치’로만 이름붙여진 2집(1999년)에 이어 3집 음반 ‘드림 어 드림’(2000년) 역시 팝과 클래식을 합친 음반 차트의 30위권에 오르내리는 등 그의 이름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샬럿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게 베키 테일러의 데뷔 앨범. 한국에서는 ‘베키가 누구야’라고 묻겠지만, 영국에서는 “그렇지. 베키라면….”이라고 무릎을 치는 사람이 많을 만큼 그는 일찌감치 유럽 성악계의 새로운 예비스타로 자리잡았다.

베키는 일곱 살 때 이미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출연했고 이듬해 영화 ‘비밀의 화원’에서 섬세한 연기로 절찬을 받았다. 연극과 TV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열 살 때 ‘영국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그는 오래전부터 탭댄스와 발레를 익히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의 수업을 받으며 ‘준비된 히로인’로서 비상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

EMI측은 “샬롯의 독주를 견제할 대안이 바로 뮤지컬 데뷔 5년차인 베키”라고 장담하고 있다.

두 소녀의 개성은 판이하다. 샬럿은 일찍부터 클래식 소프라노로서 레슨을 받아왔다. 그 결과 오페라 아리아에서 뮤지컬을 오가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그러나 풍부한 성량과 다채로운 목소리, 수준높은 기교를 요구하는 정통 클래식계에서 샬럿의 노래는 단지 ‘아이의 순진함을 이용한 맛뵈기’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받는다.

이에 비해 베키의 레퍼토리는 뮤지컬곡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노래의 완성도가 한층 원숙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오즈의 마법사’ ‘피터 팬’ 등 뮤지컬 삽입곡을 모은 첫 음반 ‘드림 컴 트루’에서 그는 두터운 질감과 자유로운 발성으로 곡의 매력을 뽑아낸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마다 ‘최소한 열아홉살은 넘는 성숙한 가수의 노래처럼 들린다’고 탄복한다.

외모도 차이가 있다. 10대 중반이 이른 샬럿은 데뷔 초기의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벗어나 화려한 미모를 뽐내고 있다. 최근 발매된 4집 음반 ‘매혹’이 중세의 귀부인처럼 성숙한 옷차림으로 치장한 샬럿의 사진을 해설지 여러 곳에 실어 열세살 베키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베키는 외모에 있어 유럽 청소년들에게 ‘옆집 친구’처럼 친근하게 보이는 평범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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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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