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성동씨(54·사진)는 최근 장편 ‘만다라’ 개정판(깊은강)을 내면서 22년만에 결말을 바꿨다. 79년 출간된 장편 원작에서 법운은 피안(彼岸)을 구하는 수도에 급급했음을 뉘우치고 ‘피안’행 열차표를 찢어버린다. 속세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도량 대신 속세로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개정판에서 김씨는 마지막을 정반대로 바꿨다. ‘땡땡이중’으로 자조하는 도우(道友) 지산이 자살하자 괴로워하던 법운이 잠시 갈등하면서, 거리의 여자와 동침을 하는 결말부는 원작과 같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법운은 진정한 득도(得道)를 위해서 ‘피안’행 정거장으로 달려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김씨는 왜 하산(下山)에서 입산(入山)으로 결말을 바꾼 것일까. 주인공의 속세행이 그간 불교계 일각으로부터는 파계의 혐의를 받았고, 평론계 일각에서는 작위적인 결말로 비판받으면서도 요지부동이었던 그가 아니었나.
“나이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20대의 젊은 수행자가 세속으로 나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의 깊은 세계는 열정만으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그럴수록 더욱 자기정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김씨는 원작에서 법운의 행동이 “큰소리만 빵빵치고 내적 필연성이 부족했다”면서 내면 모습을 부각시키는데 힘썼다고 했다. 한문투의 어휘를 모두 아름다운 토종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불가에 해되는 작품을 썼다는 이유로 청년기에 선방에서 쫓겨난 김씨는 평생 반승반속(伴僧半俗)으로 떠돌아야 했다. “문학도 제대로 못하고, 머리깎고 승복도 못입는 처지”라는 웃음 띤 자조는 소설 속 법운을 연상시킨다.
‘만다라’ 개정판을 탈고한 김씨는 지난달 법운의 행로를 따라 ‘피안’ 같은 강원도 오대산 자락에 숨어들었다. 인적이 끊어진 한 암자에 스스로를 가두고는 문학적 해탈을 위한 도량정진에 들어간 것이다.
“1.5km를 걸어가야 마을버스가 있는 깊은 산중에 거처를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겨울에는 눈이 2m나 쌓여 속세와의 내왕은 꿈도 못꿀 데입니다. 겨울 한철 먹거리를 비축하고 작품만 쓰려고 합니다.”
봄이 되면 김씨는 미륵불교를 소재로한 장편소설 ‘마하[대] 신돈’을 들고서 속세로 내려올 계획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