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한길씨가 출마했던 서울 구로을의 보궐선거가 끝난 지 3주가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몸살 날 겨를’도 없다고 했다.
“산후 조리 잘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고 하던데 걱정이에요. 몸을 어떻게든 잘 추슬러야 할 텐데….”
그는 최근 한달 반 동안 ‘남편의 공천-만삭의 몸-무진(둘째아들) 출산-신도림동으로 이사-선거운동-낙선 인사-이삿짐 정리’ 의 일을 거치느라 몸무게가 15㎏이 빠졌다.
“구로에 공천을 받았으니 구로에 가서 낳았다는 건 맞아요. 그렇지만 공천일에 맞춰 ‘계획출산’을 했다는 말을 들을 땐 정말 속상해 눈물도 많이 흘렸죠. 아이의 생명에 관한 일이잖아요.”
그는 출산 후 채 달포도 쉬지 못하고 가리봉시장에 나가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이 만류했지만 부어 있는 몸을 이끌고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유권자들을 만나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 몸으로 어떻게 밖에 나오느냐”며 눈물을 흘리던 일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선거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사’라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최명길이 구타당한다” “김한길의 전처가 3명이다”는 등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마음이 상할 대로 상했다. 그는 “90%도 아니고 100% 거짓말의 경우는 ‘억울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가 ‘정치인의 아내’가 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남편의 관심사를 따라가게 된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 정치면과 9시 뉴스를 보고, 그동안은 별로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 경제와 민생 현안에 대해 걱정도 한다는 것. 안 좋은 점이 있다면 누구나 그를 보면 ‘정치인 남편’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연기 변신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녀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이 더 체질에 맞는다”고 한다.
요즘은 첫째 어진(4)이 둘째 무진을 보며 ‘내동생 무진이’하고 귀여워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아직까지는 서로 정신이 없었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영화광인 남편을 따라 극장을 바꿔 가며 하루에 6편씩이나 영화를 본 적도 있다.
그녀는 또 다른 엄마들처럼 큰아들에게 조기교육을 시키고 싶기도 하지만 남편이 ‘아이는 아이답게 잘 놀게 해주자’고 해 그냥 유치원만 보낸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그의 말이 수차례 반복된 탓에 “그럼 다시 태어나도 김한길씨랑 결혼할 거냐”는 진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제서야 멋쩍은 미소를 띠며 “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도 있긴 하겠지만…”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2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는 아직 풀어 놓지 않은 이삿짐을 정리하고 무진이를 목욕시켜야 한다며 인터뷰 장소였던 서울 청담동의 야외 카페를 떴다.
그는 “다른 인터뷰 요청을 전부 거절했는데 항의 들어오면 책임질 거냐”고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선거 결과가 아직도 아쉬워서일까. 그는 남편과 선거운동하는 기간 내내 입었다는 ‘구로동 시장표’ 노란색 폴라 티셔츠를 그 날도 입고 있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