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예인 판치는 뮤지컬 "졸속공연 비상"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28분


가수 백지영 박상민 소찬휘 그룹 ‘신화’의 전진, 개그맨 신동엽 김진수, 탤런트 홍석천 송선미….

연말 특집으로 방영되는 오락프로의 출연자 리스트일까?

아니다. 이들은 12월에 막이 오르는 각종 뮤지컬의 주인공이다.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다 최근 복귀한 백지영은 12월21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되는 ‘하드록 카페Ⅱ’에 출연한다. TV의 오락프로에서 개그맨 못지 않은 끼를 보여준 박상민과 이따금 뮤지컬에 출연해온 탤런트 허준호가 호흡을 맞춘다.

12월19일부터 서울 능동 리틀엔젤스회관에서 공연되는 ‘세븐 템테이션’은 개그맨 백재현 연출에 가수 소찬휘, ‘신화’의 전진이 출연한다.

심지어 정통 연극에 노력을 기울여온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에서도 출연자가 연예인 일색인 뮤지컬 ‘가스펠’이 공연된다. 주인공이 신동엽 김진수 홍석천 송선미 등이어서 마치 TV 시트콤의 출연진을 연상시킨다. 연출도 개그맨 표인봉.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의 만화로 인기를 끈 만화가 김진이 대본을 썼고, 가수 박화요비 박완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염라국의 크리스마스’를 빼면 연예인 위주의 뮤지컬이 드물었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연예인 브랜드’의 뮤지컬이 많아졌다.

매년 연말연시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뮤지컬이 인기를 끌고 있어 공연계의 드문 ‘대목’으로 불린다.

공연계에서는 연말 특수를 겨냥한 뮤지컬을 경쟁적으로 내놓다보니 눈길 끌기에 좋은 연예인이 대거 캐스팅됐고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배우층이 얇은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말 최대의 화제작인 ‘오페라의 유령’외에도 ‘신시뮤지컬컴퍼니’의 ‘틱 틱 붐’(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주원성 김선경 이건명 출연), ‘서울시뮤지컬단’의 ‘토미’(황정민 이정화 주성중 김법래 출연) 등에 주역급 배우들 대부분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하드록…’을 제작한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김용현대표는 “작품의 성격상 대중음악의 비중이 높아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뮤지컬이 흥행 장르로 인정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흥행 위주의 졸속 공연이 뮤지컬 관객의 외면을 부를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