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적지않은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어 왔던 이들 건축가 12명의 작품과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은 건축가가 쓴 건축가 열전으로 학문적 평전에 가깝기보다는 저자가 평소 느끼고 생각하던 바를 가까운 이에게 말하듯 써 내려간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건축과 도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고 무지하다고 불평한다. 이 불평에 발끈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
좁은 땅덩어리에 4천만이 넘는 인구를 수용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건축했느냐보다는 얼마의 공간으로 건축했느냐를 관건으로 보기 때문일까. 작은 보잘것없는 집한채라도 내 것을 갖고싶어하는 열망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규모의 무거움에 눌려서일까, 저자의 말처럼 우린 건축과 도시에 무관심하다.
일반인과 지식인의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위해 이 책을 펴냈다는 저자의 취지는 그 빛을 제대로 발할 수 있다. 위대한 건축가 12인의 작품이 210컷의 풍부한 사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들의 예술혼과 창조적인 사고에 놀라고 그 결과물로 빚어진 찬란한 건축물들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가장 위대한 건축가의 한사람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그를 숭배하는 후세인들로부터 2천개가 넘는 논문과 저작을 생산하도록 했고 자연과 교감하는 수많은 유기적 건축물들을 만들어냈다.
모더니즘과 미국의 자연을 혼연일치시킨 상징적 건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건축으로 알려져있는 폭포위의 집 '낙수장(Falling water)'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물욕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건물은 다른 예술처럼 영속적이지 못해 라이트가 지은 484개의 건물중 75개만 남아있다. 산고를 겪게 했을 자신의 건축물이 사라질때 건축가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아파트에 구겨넣어진 현재의 삶에 염증을 느낄수밖에 없는 21세기 한국에서 바라본 유수의 건축가들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건축작품속에 담겨진 의미들을 찾다보면 21세기 도시와 건축이 어디로 향할지를 어렴풋이 점쳐볼수도 있겠다.
지은이 김석철은 김중업, 김수근선생에게 사사하고 '한국인의 집 2000년'등 많은 건축서적을 발간한바 있다. 250쪽 9,800원 생각의 나무.
허지영<동아닷컴 기자>cream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