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의 바위산은 미국인들에게 유명 보험회사의 광고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지브롤터 바위산은 대영제국의 건재함에 대한 상징이다. 이 산에는 아직도 '꼬리 없는 원숭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스페인 남부 지역 바위산에 '꼬리 없는 원숭이'가 계속 사는 한 영국은 지브롤터를 계속 지배한다는 전설을 영국인들은 아직도 믿고 싶은 것이다.
이 전설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원숭이들을 인공적으로 번식시키고 있지만 말이다.
필자와 필자의 여행 동료는 지브롤터 국경 근처 스페인 마을인 '라 리니아'에 밤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두텁고 자욱한 안개 속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 산'을 맞닥뜨렸다.
우리는 차를 타고 국경을 건너는 대신 걸어서 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국경을 넘으면 바로 지브롤터 공항이다 . 이 공항은 원래 영국이 2차 세계대전 기간동안 바위 산의 일부을 깎아 만든 것이다.
공항 근처에는 관광객들이 공항 주기장을 가로질러 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항공기들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고 건너가도 좋다는 신호등이 켜지면 사람들은 활주로를 건너 움직인다.
▼박종우의 세계 여행▼ |
- ⑤대영제국 자존심 지키는 원숭이 - ④초현실의 아름다움 '채색 사막' - ③프랑스 '귀더리' 최고의 서핑장소 - ②개발과 보전 사이…가봉 열대우림 - ①무지개 등으로 장식된 도시 '호이 안' |
일단 지브롤터에 들어서면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 해협 건너 모로코 사람 외에도 인도,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모두 서툴지만 영국식 영어를 한다는 점이다. 필자와 동료는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고등학교 때의 녹슨 기억을 되살려 스페인 말을 하느라 녹초가 된 터라 영국 영어를 듣게 되자 마치 오아시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공항을 지나 윌리스 거리로 가는 직선 코스로 접어들었다. 윌리스 거리는 바위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바위산의 높이는 360미터 정도다. 바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잘 포장돼 있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바위 산 정상에 약간 못 미친 곳까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바위산 위쪽 (Upper Rock)은 대부분 자연보호지역이다. 바위산에 사는 원숭이들은 케이블카 정류소와 '그레이트 시즈 터널' 근처에 모여 살고 있다.
이 터널 역시 2차세계대전 당시 군사적인 목적에서 바위산을 꿰뚫어 만든 것이다.
이 원숭이들은 절반쯤 길들여져 있어 관광객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미국에서라면 원숭이들은 철책 바깥에 있고 곳곳에 야생동물과 어울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표지판이 붙어있겠지만 이곳의 원숭이들은 사람을 잘 따른다. 바바리 마카크(Barbary Macaque)라는 이름의 짧은 꼬리 원숭이는 유럽에 사는 유일한 야생 영장류다.
지브롤터에서 가 볼만한 곳 중 하나는 'St. Michael' 동굴이다. 천연 석회동굴인 이곳에서는 종유석과 석순을 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유적지인 이 동굴은 현재 콘서트와 연극 무대로 사용된다.
[AP=Lisa Marie Pane]
[번역 박종우 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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