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살기 힘든데 마법영화나 볼까"…해리포터 상종가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테러로 황폐해진 미국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건 마법의 힘이다.”

2차 대전 종전이후 미국인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두가지 사건을 꼽으라면 63년 11월 일어난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과 올해 9월11일 터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 테러일 것이다.

대통령 암살사건은 미국의 기본 가치인 프론티어 정신에 대한 도전이었고 9·11 테러는 미국 심장부에 칼을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두 테러사건 이후 인기를 끈 영화는 비현실적인 마법의 세계를 다룬 어린이용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다음해 개봉된 영화 ‘메리 포핀스’는 1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메리 포핀스’는 영국 런던 뱅크스가에 하녀로 들어온 메리 포핀스(줄리 앤드류스)가 마법의 힘으로 아이들을 사로잡는다는 내용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당시 달러 가치가 현재보다 높았다는 것과 상영관 수가 훨씬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억 달러 흥행은 지금의 3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는 어떨까.

‘몬스터 주식회사’와 ‘해리 포터’. 역시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를 다룬 영화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2주전 개봉된 ‘몬스터 주식회사’는 현재 1억5000만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웠으며 ‘해리포터’는 개봉 4일만에 1억달러를 넘기며 ‘1일 최고 흥행기록 돌파’ ‘최단 기간 1억달러 돌파’ 등 각종 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몬스터 주식회사’의 흥행은 더 주목할 만 하다. ‘해리 포터’가 소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엄청난 홍보 물량을 쏟아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몬스터 주식회사’는 예상밖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

테러와 같은 강한 충격이 닥치면 현실적이고 진지한 영화보다는 비현실적이고 즐겁고 재미있는 동화같은 영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드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친구’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 조폭 영화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과연 반사회적 코드의 상징물인 조폭이 어떤 연유로 한국인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것일까.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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