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전혀 원로같지 않다.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고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2001년 올해의 작가’ 선정 이유였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권옥연의 미술 인생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올해의 작가 2001-권옥연’이 내년 1월20일까지 서울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구상 화풍에서 추상 화풍과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실험적 개성적 화풍으로, 다시 구상적 화풍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8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의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권옥연의 그림들이 늦가을 덕수궁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 하다. 특히 푸른색 톤이 만추의 분위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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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연 스스로도 “나는 분위기의 작가”라고 말한다. “내 그림은 푸른 색조로 인해 우울하다고들 합니다. 막내 놈은 ‘아버지 그림은 처참하다’고까지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착 가라앉은 푸른색이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이에 대해 대뜸 “10대, 20대도 많다”고 반박하는 권옥연. 그는 역시 젊다. 의욕만 젊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 젊음은 이번 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새로 창작한 흙 조형물을 함께 전시한 점이 그렇다. “이제는 조각을 하고 싶습니다. 평면적인 그림 말고 입체적인 조각 말입니다. 그렇게 스케일을 넓히면서 변모해가는 제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입니다. 잘 되면, 내년말쯤 조각 전시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02-779-5310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