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문화 현상이지만 그 텍스트를 제대로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 대중문화를 분석한 책들 대부분이 구체적 사례가 결여된 난해한 이론서이거나 인상 비평 수준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조흡 교수의 ‘의미 만들기와 의미찾기’(개마고원)는 대중문화 이론과 분석틀을 대중문화에 대입시켜 그 텍스트를 읽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저작이다.
조 교수는 이 책을 “대중문화 현상을 가능하면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입문서”라고 말했다. 저자는 우선 대중문화가 ‘선정적 폭력적’이거나 ‘천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대중문화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역설한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나쁘다 아니다’는 식의 논의에서 한걸음 나가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대중문화 텍스트를 이해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대중문화에는 생산자가 원하는, 혹은 지배계급이 원하는 이데올로기가 있게 마련이지만 수용자인 대중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대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의미 만들기’가 문화 생산자가 만든 의도라면 ‘의미 찾기’는 수용자인 대중이 생산자의 의도와는 달리 ‘자신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찾아낸’ 의미를 말하는거죠.”
그렇다면 최근 조폭 영화가 판치는 문화현상은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 것일까.
“IMF 이후 개개인이 사회로부터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 즉 무형의 폭력이 누적돼 오다가 지금 시점에 폭발한 것입니다. 군부독재 시절의 가시적인 폭력과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개인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비슷했을 겁니다. 이것이 조폭이라는 아주 상징적이고 눈에 보이는 폭력으로 영화 속에서 반영된 것이죠.”
그는 80년부터 97년까지 미국 미시간대와 위스콘신대에서 석 박사학위를 따고 강의를 하며 미국에서 생활했다. 혹시 한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을까.
“밖에서 보면 오히려 전체적 흐름과 변화가 오히려 더 잘 보여요. 물론 요즘 하루 2시간 이상 대중 매체를 접하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연구할 분야는 영화.
“작품 수준에 대해 말이 많지만 한국 영화 점유율이 40%에 육박한 것은 문화적 정체성을 세운다는 차원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현재 유행하는 오락적 영화의 기능도 인정하지만 ‘고양이를 부탁해’와 같은 소수파를 위한 수작(秀作)들이 제대로 시장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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