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중국, 공산당 창당 80주년 그리고 WTO 가입. 체제와 물적 토대의 이런 부조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중국의 WTO가입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으로 중국은 세계에 어떻게 자기를 관철해 낼 것인가. 최근 중국에 한류(韓流)가 강타하고 있다지만, 정작 우리의 관심은 이처럼 중국의 미래행보에 쏠려 있다. 중국은 세계사의 무대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귀환할 것인가. 중국 그 장구한 역사발전의 동력에 대한 통찰과 세계와의 횡적 관계성 속에서 그 변화의 형세를 구도해 내는 예리한 안광이 절실한 때다.
성공회대 이남주 교수의 최근 논문들, ’중국의 WTO 가입과 그 이후’(’진보평론’ 4호), ’올림픽 유치 이후의 중국’(’황해문화’ 33호)은 중국을 둘러싼 현실문제를 명쾌하게 해명해 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글들은 중국이 곤경 속에서도 자기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해 온 역동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향방을 짚어낼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신대 백승욱 교수의 ’중국의 노동자와 노동정책:단위체제의 해체’(문학과지성사, 2001)는 GDP 1조700억달러, 경제성장률 7∼8 %의 지속적 유지 등 중국경제의 변화를 외형적 지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국사회구성의 근간을 이루는 단위체제와 노동자들의 삶의 현실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신좌파계열의 경제학자 친후이(秦暉)가 중국의 농민문제를 구체적 경험 속에서 비판적으로 제기한 ’전원시와 광시곡’(이산, 2001) 또한 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뉴라운드협상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농민의 삶의 지경에 대한 절절한 분석보고서로 관심을 끈다. 중국민의 문제적 현실로부터 중국을 보아내는 이 책들은 중국을 경제교역의 대상으로만 설정하는 기능주의적이고 책략적인 시각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도 같다.
경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기실 중국역사의 동력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중국에 다가설 수 없을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보편으로 군림해왔던 중국, 그리고 서구의 충격 속에서 새로운 근대적 가치를 찾아나가고자 피와 눈물이 점철된 중국의 현대역정, 그러나 그 위대한 사회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귀결되고, 또다른 근대의 고행을 가고 있는 오늘의 중국을 하나의 궤적 속에서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중국을 찾아서’(이산, 1999), 마크 블레터의 ’반조류의 중국’(돌베개, 2001) 등은 중국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스펜스는 중국전통에 대한 풍부하고 깊은 이해 속에서 근대를 향한 중국적 시공을 재편해내며, 블레처는 내재적이고 총체적인 시각 속에서 중국정치경제의 변화추이를 분석해내고 있다. 한편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두레, 1985),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세계와 결혼한 여자’(실천문학, 1996), 중국작가 위화(余華)의 ’살아간다는 것’(푸른숲, 1997) 등 드넓은 대륙천지에 펼쳐진 인간적 진보지향의 진경과 삶의 실상을 가슴깊이 안아낸 작품들 또한 허상이 아닌 실체로서의 중국을 진감(眞感)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의 귀환, 그것은 중국의 세계사 무대로의 전면복귀의 의미이다. 그러나 중국은 과연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 중국의 귀환은 곧 동아시아의 귀환을 함의할진대, 그것은 과연 문명사의 전환을 예시해내는 것일까. 관건은 우리가 상생을 지향하는 관계성의 원리를 어떻게 관철해 가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백 원 담(성공회대 교수·중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