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소리’다. 급할 때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논리를 가지고 조곤조곤 상대를 설득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농아원 아이들과 이웃 마을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소리’ 즉 말의 진실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 연수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시골로 내려오면서 서울에서 자신에게 쏟아졌던 쑥덕거리는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연수가 시골에 오자 동욱이, 경호, 경미라는 친구가 한꺼번에 생긴다. 약간은 지저분하고 약간은 경계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크게 호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치러 준 ‘참외 서리’라는 환영식은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과 건너편 마을 농장에서 사는 농아원 친구들을 한꺼번에 골탕을 먹이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막힘이란…. 삐뚤어진 생각과는 다르게 맑고 힘있는 동욱이의 목소리는 사람이 그저 소리의 모양으로만 거짓말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에 비해 농아원에서 알게 된 창민이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과수원지기 부부와 얼굴이 참 많이 닮았으면서 아저씨와 함께 살지 않고, 농아원에서 살면서도 말을 알아듣는 것 같고, 더구나 독일 사람과도 수화가 통한다.
마을에서는 일어나는 모든 우환이 농아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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