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비뇨기질환/한상원-홍성준 교수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22분


▼신촌세브란스 한상원교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상원 교수(44)는 목소리가 부드럽고 겸손이 몸에 뱄다. 처음 보는 사람은 ‘모범 가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한 교수는 “일 때문에 모범 가장을 포기해 가족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는 매년 500여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매일 진료나 수술이 끝나면 환자의 기록을 정리하느라 오후 10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다. 휴일에도 대개 병원에 출근해 밀린 연구를 한다. 애주가이지만 일 때문에 술자리도 거의 못 갖는다.

그는 일에 대한 이런 열정 때문에 동료 의사가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소아의 고환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고환은 태아 때에 콩팥 바로 밑에 있다가 조금씩 내려와서 사타구니 안에 있는 ‘샅 굴’을 통해 음낭 속에 자리잡는다. 고환이 샅 굴을 통과하지 못하면 ‘짝불알’ ‘민불알’ 등 잠복고환이 된다. 또 고환이 통과한 뒤 닫혀야 하는 샅 굴이 계속 열려 있으면 한쪽 고환에 물이 차 물혹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음낭수종이다. 샅 굴이 많이 열려 있으면 창자가 탈장돼 고환 쪽으로 밀고 들어온다. 자연적으로 정상화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

-고환과 음경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늘고 있다는데….

“환경 호르몬 탓으로 잠복고환과 함께 선천적으로 ‘꼬추’가 여성의 음핵 모양으로 꼬부라져 있고 요도가 음경의 아래로 나 있는 ‘요도하열’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도하열은 방치하면 나중에 성교가 불가능해지므로 생후 6개월∼2년반 때에 수술로 고치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93년 요도하열 환자의 귀두 부분을 최대한 보존하는 새 수술법을 개발해 이전 60∼70%인 성공률을 90∼95%로 끌어올렸다.

-많은 부모가 아들의 ‘꼬추’가 작다고 병원을 찾는다는데….

“이 경우 97%는 정상이다. 엄마들은 열 살이 되도록 아이의 꼬추가 돌 때에 비해 크지 않았다고 걱정하는데 정상이다. 음경은 사춘기 때 무럭무럭 자란다. 단 굵기가 다른 아이의 평균에 비해 3분의 2 이하라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흔히 방광과 콩팥은 ‘이와 잇몸의 관계’라는데….

“맞다. 방광의 기능이 부실하면 소변이 역류해서 콩팥이 손상된다. 조기에 치료해 손상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고열이 나거나 기저귀, 팬티에서 혈흔이나 고름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소아의 비뇨기 건강법은….

“어릴 적부터 올바른 배뇨 습관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여자아이가 어른의 변기에 앉아서 발을 허공에 둔 채 ‘쉬’하는 경우 배에 힘을 주게 되고 방광은 압력을 받아 두꺼워지면서 기능이 떨어진다. 반드시 발판을 마련해줘서 편안한 자세에서 다리를 약간 벌리고 오줌을 누도록 한다. 밤에 오줌을 싸는 ‘야뇨증’도 방광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소변 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쫄쫄거리는 것도 정상은 아니므로 검사를 받도록 한다. 소변을 누자마자 급히 바지를 올리는 경우도 비뇨기에 좋지 않으므로 적어도 10까지 헤아리고 바지를 올리도록 가르친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신촌세브란스 홍성준교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홍성준 교수(46)는 종종 환자에게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곤 한다. 전립선(전립샘)이 퉁퉁 부어 병원을 찾은 환자가 홍 교수의 처방에 “무엇이 더 좋다던데”라며 토를 달면 아버지 연배인 70대라도 목소리을 높인다. 홍 교수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환자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에서는 ‘원칙주의자’로 통하지만 집에서 그의 모습은 달라진다.

70세가 넘은 아버지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홍 교수는 후다닥 뛰어가 화장실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다. 고령으로 전립선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기 때문. 변기에 튀는 오줌 소리에 ‘약 드실 정도는 아니다’며 안심하지만 혹시라도 걱정을 끼칠까봐 전립선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주변에서는 그를 비뇨기 종양, 특히 전립선암 치료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한다.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100여편의 논문 가운데 절반은 전립선에 관한 것이다. 98년에는 전립선이 커지는 과정에서 극소량이지만 여성호르몬도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증명해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최고상을 탔다.

-비뇨기 종양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정확히 말하면 비뇨생식기 암으로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립선암은 비뇨기과 최대의 ‘골칫거리’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환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15년 뒤에는 현재 암 발병률 5위인 방광암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다는데….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 있으면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 모양의 장기다.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져 요도를 압박,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발병률이 ‘50대에 50%, 60대에 60%, 70대에 7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95년 350만명이던 50세 이상 전립선 환자의 수는 지난해 430만명으로 늘었다.”

-비뇨생식기 종양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암세포가 퍼져있으면 방광을 제거하거나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 전립선암도 암세포의 전이 정도에 따라 제거술, 방사선 치료법, 호르몬 억제요법 등을 차례로 사용한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조기 발견하면 치유율이 80∼90%에 이른다.”

-예방하려면….

“담배를 끊고 머리 염색을 줄이면 방광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머리 염색제에 든 아민 계통의 화학물질은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방 섭취를 줄이고 녹차 두부 야채 등을 많이 먹으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전립선 질환에 더 잘 걸린다. 학자들은 식생활의 차이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교수는 이와 관련 3년 전부터 전립선 연구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 6명씩을 모아 ‘한일 전립선 연구모임’을 만들고 동양인에게 적합한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피가 섞여 진한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오줌은 방광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립선암은 혈중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며 50대부터는 매년 1차례 PSA를 받는 것이 좋다. 소변을 제때 보는 것은 전립선 비대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환자 가운데 운전사가 특히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비뇨기질환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소 속세 부 전 공
한상원연세대 신촌세브란스소아 비뇨기
홍성준연세대 신촌세브란스비뇨기 종양, 전립샘
김현회서울대결석, 내(內)비뇨기
장성구경희대비뇨기 종양, 콩팥
이은식서울대비뇨기 종양
최한용성균관대 삼성서울비뇨기 종양
김청수울산대 서울중앙비뇨기 종양
정문기부산대비뇨기 종양
오봉열전남대전립샘 , 비뇨기
김하영한림대 강동성심요실금 등 배뇨장애
김세중아주대비뇨기 종양
안한종울산대 서울중앙비뇨기 종양
이정주부산대요실금 등 배뇨장애
이정구고려대 안암요실금 등 배뇨장애
천 준고려대 안암비뇨기 종양
이유식성균관대 삼성제일여성 비뇨기
문영태중앙대 용산결석, 내 비뇨기
김건석울산대 서울중앙소아 비뇨기
조용현가톨릭대 성모비뇨기
김광명서울대소아 비뇨기
박문수보라매소아 비뇨기
주명수울산대 서울중앙요실금 등 배뇨장애
전성수성균관대 삼성서울결석, 내비뇨기
김형진전북대비뇨기 종양
정희종원광대일반 비뇨기
이규성성균관대 삼성서울여성 비뇨기
유탁근을지소아 비뇨기
정희창영남대배뇨장애, 요로결석
김원재충북대비뇨기 종양
노 준조선대여성 비뇨기

▼어떻게 뽑았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의 한상원, 홍성준 교수가 비뇨기 질환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의대 비뇨기과 교수 56명에게 △가족 중 비뇨기계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이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두 교수는 같은 비뇨기과 소속이지만 전문 영역이 다르다. 다른 대학에서도 두 사람 모두 고루 높은 평가를 해 공동으로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추천 의사의 점수를 소속 병원 별로 집계한 결과는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부산대병원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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