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가 엽기의 최대 수혜자라면 거리의 시인들의 '뱅'은 인터넷 최고의 엽기 히트 싱글이다. '야야야야 이리와 봐…'로 시작되어 '너 죽을래 아니요!'로 이어지는 '뱅'은 학원 폭력 문제를 맞는 자와 때리는 자의 입장을 코믹하게 그려냄으로서 99년을 넘어 2000년 부지불식간에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네티즌들은 '뱅'에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주었고, 이에 봄물을 탄 거리의 시인들의 음악은 단 두 차례 TV에 출연에 1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일약 거리의 시인들은 인터넷이 낳은 힙합전사가 되었다.
[뮤직비디오]'음악이 뭔데'
힙합을 주축으로 록, 하드코어, 재즈가 함께 가미된 새로운 스타일의 힙합을 시도한 거리의 시인들은 학교폭력, 연예계 문제를 사설조 전통 가락, 트롯트풍, 멜로디에 실어내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한국적인 힙합의 실험을 통해 인터넷 힙합 전사가 된 거리의 시인들 최근 두 번째 'What's Music'을 발표했다. '음악이 뭔데, 예술이 뭔데, 어떻게 만들어야 제대로 하는데...좋은 게 뭔데, 나쁜 게 뭔데, 어떻게 살아가면 제대로 가는데... 음악이 뭔데, 스타가 뭔데, 도대체 어떡해야 제대로 뜨는건데'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음악이 뭔데'는 강렬한 하드코어 스타일 위에 기존 음악 시장을 향해 절규에 가까운 소음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거리의 시인들은 말한다. 대중들의 영혼을 쉬게 하기 위해 자신들이 십자가를 지겠노라고..
분명 이들이 '음악이 뭔데'를 통해 기존 대중 음악계를 거만하게 비웃는다. 게다가 이런 비판의식은 돈 많고 빽 있다고 으스대는 사람들, 타락한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 은혜를 원수로 갚아버린 사람들, 여자를 울리고서 자랑하는 사람들에게 까불지 말라고 질타하고 아가리 놀리지 말라고 경고까지 한다.
이렇듯 거리의 시인들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들려주는 세상에 대한 질타와 경고는 분명 과장되어 있다. 하지만 거리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음악적인 메시지는 대중에게 삐뚤어진 현실에 대한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그리고 '할만은 하고 만다'는 결의에 찬 이들의 선언은 직선적인 하드코어 리듬과 어울러져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음악으로 포장된다. 특히 거리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독특한 남성적인 음악적 코드 위에 써 내려가는 코믹한 요소들로 빛을 발한다. 톡톡 튀는 가사와 한국적인 랩, 때로는 외치고 때로는 속삭이는 음악의 배합은 림프 비즈킷, 에미넴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하드코어 음악의 이미지를 걷어낸다.
'감기 군단' '독감 경보' '무지에 대한 분노' 등이 수록된 'What's music'을 통해 연예계와 세상에 대한 딴지를 걸고 있는 거리의 시인들은 데뷔 앨범에 이어 또 한 번 대중의 일상을 점령할 채비를 하고 있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