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9·11 테러 이후 지넷 홈페이지에 고정 게시되는 ‘테러/전쟁’ ‘중동 주시(Mideast Watch)’의 메뉴에는 테러 사태와 관련해 미국 안팎의 지식인들이 쓴 성찰적인 글들이 넘쳐난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저항적 성격의 인터넷사이트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넷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좌파적’ 혹은 ‘반정부적’ 지식인들이 대거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에 극렬히 반대해온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MIT대 교수는 글, 비디오, 오디오 자료 등이 저장된 자신의 개인 자료실을 아예 지넷에 링크해놓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인 에드워드 사이드 컬럼비아대 문학부 교수도 최근 ‘미국의 마지막 타부(America’s Last Taboo)’ 등의 글을 올렸다.
해외필자도 만만치 않다. 에코페미니스트인 인도의 반다나 시바, 우루과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등이 있지만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영국 부커상 수상작가인 인도의 젊은 여성작가 아룬다티 로이.
“만약 탈레반이 뉴욕을 공습한다고 치자. 공습 중간에 음식봉투를 떨어뜨리며 ‘우리의 목표는 미국 정부와 정책일 뿐’이라고 한다면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이 겪은 모욕을 잊을 수 있겠는가”라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성찰을 촉구한 로이의 글 ‘전쟁은 평화다’가 특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은 삼인출판사가 기획한 책, ‘전쟁과 평화’에 전문 번역으로 수록됐다.
지넷은 ‘인터넷은 네트워크’라는 이점을 십분 이용해 다른 매체에 실렸던 글이라도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면 적극적으로 링크한다.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이나 지난해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시민운동가 랠프 내이더가 웹사이트 시티즌워크에 게재한 ‘기업적 애국심(Corporate patriotism)’도 필자의 양해를 얻어 퍼왔다.
지넷의 운영자는 ‘참여경제학을 위한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 of Participatory Economics, 프린스턴대 출판부) 등을 펴낸 시민운동가 마이클 알버트 등 단 3명. 기고자들은 지넷에서 원고료를 받지 않는다. 지넷의 모체인 월간지 ‘지’도 광고를 싣지 않고 기부와 정기구독으로만 운영된다. 국내에서는 서평 전문 웹진 궁리닷컴(www.kungree.com)이 지넷에 실린 글들을 링크해 소개하고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