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존 필드 ‘녹턴’(야상곡·夜想曲)음반이 발매된 데 이어, 10월 김정원의 쇼팽, 박종훈의 리스트 음반이 선을 보였고 최근 강충모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까지 등장해 각축을 벌이기 시작한 것.
국내 연주가의 음반이 이토록 짧은 기간에 대거 선을 보이기는 처음이다.
김대진 강충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소녀팬이 많은 ‘귀공자’들. 박종훈 김정원도 수려한 외모로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스타일이다.
국내 클래식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통한 국내 제작 음반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네 장의 음반이 모두 기존 국내 제작 음반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뛰어난 녹음과 뚜렷한 개성이 배어나는 연주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노폴리의 이근삼 대리는 “이번에 나온 음반들이 연주력 녹음 포장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수준이기 때문에 기존 국내 제작 음반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음반에 대한 기자의 시청(試聽)소감.
◆김대진 (존필드 ‘야상곡’)〓물흐르듯 편안한 원곡의 느낌을 살려 단아한 멜로디를 정감있게 재현했다. 잘 손질한듯한 ‘페달링’이 작품의 호흡을 한층 여유있게 풀어나간다.
◆강충모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실제 연주회장의 연주를 라이브 녹음했다. 바흐 작품이 가진 건축적인 구조감을 잘 살리면서도 달콤한 터치로 ‘서정적인 바흐’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종훈 (리스트 소나타 b단조 외)〓강약대비를 억제했고 리스트 고유의 ‘과장’ 대신 차갑게 빛나는 타건의 이지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박종훈은 지난해 이탈리아 산레모 콩쿠르에서 우승한 기대주.
◆김정원 (쇼팽 스케르초 4곡 외)〓힘이 좋다. 강건한 타건과 자유자재로 악상을 바꾸는 ‘고도의 계산’이 인상적. 녹음은 다소 건조하지만 명료하다. 김정원은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심사위원 아담 하라셰비치가 ‘진정한 우승자는 김정원’이라는 주장을굽히지 않아 주목받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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