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제41회 동아음악콩쿠르 여자성악부문 재심 회의에서는 음악 작품의 원전성(Originality)과 관련한 의미있는 해석이 내려졌다.
재심에 참가한 심사위원 8명과 자문위원 1명은 “샤를 구노 오페라 ‘사포’ 중 아리아 ‘오 나의 불멸의 리라여’는 b플랫단조와 a단조로 쓰여진 두 가지 악보를 모두 원본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노래를 a단조로 불러 2위 시상이 유보된 출연자를 2위 입상자로 결정한다”고 결론지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10월 18일 동아음악콩쿠르 여자성악부문 심사결과가 집계된 뒤. 한 음악계 인사가 “이 작품은 원래 b플랫 단조로 쓰여졌으므로, 이를 반음 낮춰 a단조로 부른 출연자는 ‘아리아는 원조(原調)로 부를 것’이라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여자 성악부문 2위 시상이 유보됐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재심 회의가 지난달 20일 열린 것.
재심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측은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소장된 오페라 ‘사포’의 원전악보, 줄리아드 음대 교수 토머스 그럽이 ‘이 곡의 원조는 b플랫 단조’라고 증언하는 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a단조 악보를 구노가 생전에 인정했다’는 반대 증거가 재심 회의에서 제시됐다. 작곡 당시에는 b플랫 단조였으나 초연에 실패한 뒤 구노 생전에 출판사가 이 아리아를 a단조로 낮춰 재출판했다는 것. 이에 따라 ‘작곡가가 생전에 인정한 악보가 다수라면 그 모두를 원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었고, 표결 결과 논란을 빚었던 출연자는 입상자로 결정됐다.
재심에 참가한 국립오페라단 박수길 예술 감독은 “이번 판정은 한국 클래식 역사에서 의미 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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