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 공연을 가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00억원대의 제작비에 7개월의 장기 공연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쩔 수 없이 모순되는 ‘두가지 맛’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원작의 매력을 충실하게 살리는가와 한국 공연의 독자성이다.
일단 작품의 외형은 원작에 충실하게 접근했다. 샹들리에가 객석에서 무대로 떨어지고 유령의 배가 유유히 무대 위를 움직이는 등 작품의 ‘하이테크’는 브로드웨이 버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 공연은 국내 공연기획사 제미로와 영국의 뮤지컬 전문회사 RUG가 공동 제작했다. RUG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이 작품은 거의 완벽하게 ‘카피’돼 모처럼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무대 예술의 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장기 공연을 위해 우리 말로 번역된 가사의 리얼리티와 이를 소화하는 배우의 역량이다. 조금 과장하면 이 작품의 음악적 역량은 그동안의 국내 뮤지컬과 비교할 때 정상급의 무대로 평가할만하다.
뮤지컬 경험이 전혀 없는 유령역의 윤영석은 저음 부분에서 다소 어색했으나 힘차고 맑은 목소리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크리스틴역의 이혜경도 파워는 부족했지만 섬세한 연기로 배역을 소화했다.
바꿔 말해 국내 공연계가 ‘오페라의 유령’을 감당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그렇다’는 것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남겨진 숙제가 있다. 무대와 음악적 완성도는 사실상 원작에 기댄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제작이나 연기에서 큰 ‘실수’만 없으면 누구나 익숙해진 스토리와 음악적 구성에 따라 쉽게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라울(류정한)은 유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부족했고 피앙지와 극장주 등 재미를 위해 ‘봉사’해야 할 조연진은 노래와 연기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원작에 가깝다’는 ‘소극적’ 찬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책임져야 할 유령의 뜨거운 목소리와 연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유령’은 마치 모범 답안을 외워 따라가는 듯한 분위기여서 그의 감정은 한 박자 늦게 객석에 전달된다.
※추신: 어쩐지 마스크를 벗은 유령의 분장은 비극적이라기보다는 우습게 보인다. 가장 드라마틱한 대목에서 그 모습은 확실하게 객석의 교감을 방해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공연안내
-2002년6월말까지 평일 오후8시, 토 오후3시 8시, 일 오후2시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윤영석 이혜경 류정한 출연
-3만∼15만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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