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도굴 사건은 매년 3, 4건. 그러나 실제로는 전국에서 매년 수백 건의 도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고분 도굴이 가장 빈번한 곳은 신라 가야 고분이 밀집한 영남과 고려 고분이 남아있는 경기 강원 북부. 특히 영남에서 고분을 발굴해보면 5% 정도만이 도굴되지 않은 ‘처녀분’이라고 지역 고고학자들은 말한다. 경기 강원 북부의 고려 고분은 고려청자를 노리는 도굴꾼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문화재청 등 문화재 관리 당국의 대책이 허술하다는 점. 지방에 있는 고분은 대부분 공양왕릉처럼 지역 주민에게 위탁 관리를 맡긴다. 그러나 이들의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데다 고분들이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위탁관리 인력 1명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담당 공무원 등을 관리 인력으로 보강하고 올 여름 발족한 경찰청의 ‘문화재 지킴이’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도굴품이 시중에 매매되지 않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현재 문화재보호법은 도굴 시점부터 공소시효 7년이 시작돼 도굴꾼들은 도굴한 지 7년이 지난 뒤 도굴품을 매매함으로써 처벌을 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굴품이라는 사실을 제3자가 확인한 시점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하게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공양왕릉의 도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보존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발굴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양왕릉 발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