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學' 지평 넓힌다…성균관대 국내 첫 대학원 개설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23분


성균관대가 국내 최초로 ‘동아시아학’에 관한 학제적 협동과정의 대학원을 개설해 2002학년도 1학기 석사과정 신입생 6명을 선발했다. 박사과정은 2003년도에 열 계획. 이 대학원은 2000년 3월 만들어진 동아시아학술원에 소속된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등 세계경제의 블록화 양상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한중일 중심의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학’ 연구에 적극 나서는 셈이다.

동아시아학술원의 이용주 교수는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처럼 연구에 중심을 두되 대학원생들도 교육하는 ‘학연(學硏)결합형’ 시스템이 동아시아학술원의 모델”이라면서 “문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을 통합해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사회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세계적인 권위의 한국역사 학자인 제임스 팔레 교

수가 후임원장으로 내정된 점.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에서 정년을 맞은 팔레 교수는 8일 타계한 에드워드 와그너 교수의 지도를 받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내 한국학 1세대. 와그너-팔레로 이어지는 학맥은 팔레에서 번성해 ‘팔레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제자들을 육성했다.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 UCLA 존 던컨,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등이 그의 제자.

성대측은 “팔레 교수는 내년 3, 4월경 정식으로 부임할 것”이라며 “팔레 교수 외에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의 현직 교수도 부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팔레 교수의 원장 취임에 쏠리는 관심은 단지 그의 세계적인 지명도 때문만은 아니다. 팔레 교수는 저서 등을 통해 ‘조선이 노예제 사회였다’는 등 한국의 봉건사회가 정체돼 있었다고 분석해왔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는 것이라서 그간 국내 역사학자들은 팔레 교수의 견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다.

역사학자들은 “팔레 교수가 부임하면 그의 명망 덕분에 세계 각국의 한국학자나 동아시아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국내 한국학 연구자의 세계 무대 진출이 쉬워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학문적인 논쟁도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성대는 교내 도서관에 있던 존경각(尊經閣)을 학술원으로 옮겨 국내에 남아있는 문집 등 고서적 수집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최근 중국에서 발간된 ‘속수사고전서(續修四庫全書·청나라 건륭제가 당시의 책을 집대성한 ‘사고전서’의 증보판)’ 전집을 구비하는 등 동아시아학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성대의 동아시아학술원이 이렇게 야심찬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재단인 삼성측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 따라서 학계는 동아시아학술원이 궁극적으로 삼성의 동아시아시장 개척의 이론적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주 교수는 “이공계에 산학협동이 있듯이 인문학에도 산학협동 모델이 개발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인문계 연구자들의 현실참여가 다변화돼야하는만큼 현장과의 접목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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