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업체 경품이벤트와 응모 고수들 "못말리는 경품마니아"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27분


경품 고수 조헌탁씨와 김은경씨
경품 고수 조헌탁씨와 김은경씨
‘경품 마니아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 업체 등이 이벤트 홍보 등의 목적으로 경품을 내거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매일 같이 응모하는 경품 마니아들이 1만명대로 늘어나고 있다. 경품 응모자를 위한 서비스 사이트도 수십개씩 성업 중이다. 연말연시 각 업체들이 굵직한 경품 이벤트를 앞다퉈 벌여 마니아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행심을 조장하는 풍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으며, 건전한 경품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품시대'의 도래

현대홈쇼핑이 1∼9일 실시한 경품 행사에 9만6000명이 응모했다. 하루 1만명 이상이 홈페이지(ehyundai.com)에 접속하거나 구매전화를 건 것.

이 같은 이벤트는 거의 매일 생긴다. 경품 응모자 서비스 사이트인 아조와(ajowa.com)에는 현재 각 기업체가 마련한 50여건의 경품 이벤트가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행정기관들도 건전한 취지에서 경품들을 내걸고 있다. 경기 성남시, 전북 정읍시 등은 최근 성실한 납세자들을 상대로 추첨행사를 벌여 경품을 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국에서 거의 매일 1억∼2억원가량의 경품이 지급됐으며 연간 규모는 5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호황이 찾아오면 1000억원대를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웬만한 행사라면 응모로 시작하고 당첨자 발표로 마무리를 짓는 추세다.

#경품시대 휘젓는 '고수'들

경품 마니아들 사이에 고수로 꼽히는 프로그래머 조헌탁씨(34)의 최근 실적은 놀랄 만하다. 2월 경품계에 입문한 그는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분석한 후 본격 응모에 나섰다. 그가 6월까지 5개월 동안 타낸 경품은 EF쏘나타, 노트북 컴퓨터, PC, 오디오, 냉장고,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 등 수백 가지. 그는 당첨 노하우를 ‘클릭에서 당첨까지’(대림)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김명철씨(32)는 아예 본업이 경품 응모 전문가다. 99년 말 입문해 매년 2000만원 이상씩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800건 이상 당첨됐으며 받은 경품은 경매 사이트에 올린다. 그는 “현재 준비 중인 ‘천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몇 년 동안 경품으로 생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품 응모자 서비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고수들의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니아 생활 2, 3년에 수백건씩 당첨된 이들이 적지 않다.

#경품 마니아들의 문화를 위해

이들 고수와 마니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시로 만남을 갖는다.

경품 응모자 서비스 사이트 가운데 1위인 찜클럽(zzimclub.com)의 경우 회원이 70만명, 이 밖에도 20개 이상의 사이트가 10만명 안팎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회원들이 채팅룸이나 게시판에서 보이는 주요 관심사는 당첨 노하우 공유와 경품 나눠갖기, 경품 기증 등.

김씨의 경우 프리존클럽(freezon.pe.kr)에서 모임을 갖는다. 김씨는 “회원들은 올해 10여 차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보육원을 찾아가 경품들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아조와 등 몇몇 사이트들도 정기적으로 보육원과 양로원 등을 찾는다. 회원끼리 화장품이나 옷가지 등의 경품들을 나눠줄 때도 잦다.

조씨의 경우 6월 이후 경품 응모를 일절 중단하고 홈페이지(nboon1.com)에서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대박은 공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책까지 펴낸 것도 그런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품 응모는 스타크래프트처럼 일종의 게임”이라며 “당첨도 즐겁지만 확률을 높이는 노하우를 개발했을 때, 노하우를 소개 받은 이가 당첨된 후 감사의 뜻을 전해올 때 더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경품 마니아 중에는 비정상적인 사행심에 휩싸여 있는 이들도 많아 불법적인 일들도 저지른다”며 “‘경품 시대’가 대세라면 좀더 공정한 룰과 좀더 기분 좋은 응모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경품 이벤트를 합리적으로 기획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

▼경품 고수가 전하는 당첨비법▼

경품 고수들이 갖고 있는 경품 당첨 비법과 요령은 어떤 것이 있을까.

프로그래머 조헌탁씨는 자신과 경품 동호회원들이 펴낸 책 ‘클릭에서 당첨까지’(대림)를 통해 비법과 요령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고수들이 들려주는 조언 가운데는 이런 것들이 있다.

첫째, 매일매일 상품을 지급하는 경품 행사는 새벽 0시 직후 응모할 경우 당첨 확률이 높다. 매일 일정한 개수의 상품을 지급하는 경품 행사는 대개 시간대별로 몇 개씩의 상품을 지급하도록 프로그래밍돼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하루가 시작하고, 응모자가 적고, 당첨자가 정해지지 않은 경품이 많이 남은 새벽 0시 직후를 공략하는 것이 실효가 크다.

둘째, 당첨 확률이 높은 경품 이벤트를 적극 공략하라. 이벤트 기간이 짧은 것, 행사 기간에 비해 당첨 인원이 많은 것은 적극적으로 응모해야 한다. 특히 까다로운 문제를 내거나 유별난 조건을 내거는 이벤트의 경우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포기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셋째, 인터넷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경우 경품이 주어지는 이른바 ‘게임 이벤트’에서는 오토 마우스와 고스트 마우스를 활용해보라. 오토 마우스는 단순히 정해진 위치를 반복해서 클릭해주는 마우스, 고스트 마우스는 단순 또는 복잡한 클릭 행위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마우스다.

이와 함께 경품 응모자 서비스 사이트의 게시판에 자주 들어가 고수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때로 고수들은 게시판에 특정한 경품 이벤트의 당첨 비밀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진리에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클릭에서 당첨까지’의 저자들은 조언한다. 즉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자기 생각을 글로 띄우거나, 자기 사진을 올려서 많은 추천을 받으면 경품을 받는 ‘추천 이벤트’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실효를 거두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이벤트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한편 조헌탁씨 등은 ‘응모자용 계좌’와 ‘응모자용 이메일 주소’를 특별히 만들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응모할 때 응모자의 입출금 계좌 번호를 입력할 것을 요구하는 곳이 가끔 있는데,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같은 계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응모를 많이 하다 보면, 여러 사이트에 신상을 입력하게 돼 무수한 광고 메일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응모자용 이메일 주소’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 분단체명인터넷 주소(www)기타
경품 응모자
서비스 사이트
찜클럽zzimclub.com응모 대행
아조와ajowa.com경품정보, 자동응모
이패스e-pass.co.kr메일링 서비스
와르르warrr.co.kr경품정보 검색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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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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