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장을 소유하고 있는 부호가 어느날 손자에게 유언을 남기고 숨진다. 그는 다른 친인척에게는 모두 현금으로 유산을 상속했지만 유독 손자 1명에게는 매달 1개씩 비디오에 담긴 12개의 과제를 수행한 후에라야 유산을 남겨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 손자에게 이런 메모를 남겼다.
‘나는 네몸 어딘가에 희망의 불씨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할아버지는 그 불씨를 찾아 활활 타오르게 하고 싶다. 나는 네게 돈 뭉치를 쥐어주며 당장 백만장자로 만드는 일은 안 할 생각이다.’
할아버지가 남긴 과제는 목장, 변호사 사무실, 도서관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구두쇠 노인네가 미쳤다’고 불만할 정도로 툴툴거리던 손자는 유산 욕심 때문에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사람이 바뀌어 간다. 그리하여 노동이란 행복과 자부심을 주는 것이며 돈이란 흥청망청 쓰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옳게 쓰면 세상을 바꿀수도 있으며 고난은 피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삶을 연마시켜주는 도구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할아버지가 남기고자 했던 최고의 유산은 돈이 아니라 그런 ‘지혜’였던 것이다.
시각장애인이면서 투자전문가 올림픽 국가대표 역도선수 기업가 등으로 활발히 활동한 저자의 위트가 돋보이는 책이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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