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를 위해 제 목소리를 높이고 제 목소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시대다.
‘민주주의 이론의 재조명 1, 2’(인간사랑, 1989년)은 각종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느 것이 우리에게 더 적실성과 책임성이 있는가를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 준다.
또한 지식인사회 편가르기, 진보와 보수, 또는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불거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 책은 올바른 토론과정의 필요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건설적인 토론문화의 정착에 의미있는 준거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정치이론과 정당정치의 거장인 미국 콜럼비아대의 사르토리 교수가 쓴 이 두 권의 책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혼동의 시대에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의 내용을 통해 제시한다.
첫째,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행태주의, 그리고 급진적 정치경제이론 시각들의 혼재로 인한 민주주의 논쟁의 난맥상을 서술하면서 올바른 토론을 위해서는 비교의 분석단위와 내용수준이 같은 차원의 것이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둘째, 현실과 이상, 완전주의자와 사실주의자, 가치와 사실, 합리주의와 경험주의, 당위와 존재간의 이분법을 지양하면서 민주주의는 이들 양자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구성되어 지는 것으로 본다. 외곬의 경험주의가 갖는 정태성과 지나친 규범주의가 갖는 무모성-의도된 선이 의도되지 않은 악을 초래하는-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참된 민주주의는 성공적으로 실제에 적용되고 지속적인 정치체계로 존재할 때, 즉 경험을 통해 살아남은 실험의 결과로서만이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셋째, 고대 그리스에서 소규모 도시민주주의 형태로 처음으로 고안되어 민주주의가 2000여 년의 발전과정을 겪으면서 현재 최선의 대안으로 살아남은 것이 자유민주주의 또는 다두제(多頭制)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무제한의 절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 주고 선거와 권력분산을 통해 유권자들이 그들의 지도자를 통제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대규모 현대사회에서 가장 적실성을 갖춘 민주주의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살아남은 자유민주주의는 우리를 실망시킬 수는 있지만 배신하지는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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