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우리 가족의 담요'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31분


◇ 우리 가족의 담요/프란시스코 아르첼라나 글 헤르메스 알레그레 그림/22쪽 7000원 삼성출판사

국내에 좀처럼 소개되지 않았던 필리핀 작가의 그림 동화로 미국 내셔널 북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동화를 모은 ‘꿈꾸는 나무’ 시리즈(전 20권) 중 한권.

회사일로 출장을 간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줄 담요를 사가지고 돌아오겠다고 편지를 보낸다. 마르첼리나와 오빠 동생들은 아버지가 사오실 담요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다. 드디어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짐꾸러미를 풀어 식구들의 이름이 새겨진 담요들을 한 장씩 나누어 준다. 가족들은 담요를 쓰다듬어 보고 냄새를 맡아보며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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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일곱 식구가 담요를 한 장씩 나눠 가졌는데도 세 장이 더 남은 것이다. 마르첼리나와 가족들은 의아해하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우리 가족 모두가 쓸 담요를 가져오겠다고 말했었지? 난 그애들을 잊을 수 없어. 정말 있을 수 없단다. 조세피나, 빅토리아, 콘…, 이게 바로 그 애들의 것이란다.”

아버지는 아주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마르첼리나의 세 여동생의 몫까지 사온 것이다. 슬픈 모습으로 한동안 말을 않던 아버지는 “그 애들은 죽은 것이 아니란다. 여기 우리 마음 속에 언제나 함께 있단다”라고 말한다. 마르첼리나는 담요와 함께 세 여동생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가족의 소중함뿐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도 글이지만 대담한 보색을 사용한 벽화같은 그림 역시 눈길을 끈다. 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죽은 딸들을 생각하며 상념에 젖은 아버지의 슬픔이 잘 드러나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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