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죠, 어머니. 내 노래에 안무를 하신거죠.”
현대무용가 육완순(68)과 그의 사위이자 가수인 이문세(42).
17일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만난 장모와 사위는 지난해 3월 열린 ‘육완순과 이문세의 퍼포먼스’를 두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당시 공연은 이문세의 노래에 육완순이 안무를 한 무대.
29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육완순 현대무용단의 ‘학아, 학아’. 육완순이 안무한 작품으로 이문세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학아, 학아’는 전남 목포 앞 삼학도(三鶴島)에 얽힌 사랑의 전설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 지방 토호의 아들 지균은 진주 을죽 부용 등 세 여인과의 엇갈리는 사랑으로 방황한다. 지균은 꿈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학들을 향해 화살을 쏜다. 그 화살에 맞은 학들이 바로 세 여인이었고, 그 여인들은 섬이 되어 바다에 남게 된다.
육완순은 “내가 안무한 작품들 가운데 극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다”며 “관객들이 사랑의 슬픔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공연 시간만 1시간10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스태프의 면면이 화려하다. 원로 극작가 차범석이 대본을,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이문세 독창회’라는 제목으로 전국 순회 콘서트를 진행 중인 이문세도 바쁜 일정을 쪼개 공연에 참여했다.
부부 무용가인 류석훈과 이윤경이 각각 지균과 부용으로, 장은정과 김혜숙이 각각 을죽과 진주로 출연한다.
“어머니 공연 때 부산에서 독창회 무대가 있어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주로 음악에 대한 조언과 지균의 방황을 다룬 대목에서 목소리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집사람 학비도 벌어야 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니까.(웃음)”(이문세)이문세의 아내는 현재 미국에 유학중이다.
육완순은 “사위 자랑은 장모의 몫”이라며 “문세는 혼자 있어도 일과 가족에 얼마나 철저한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문세는 “무용 작업을 하면서 틀을 자꾸 깨려는 어머니의 예술가적 열정에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장인 어른이 저에게 ‘우린 어쩌면 이렇게 여복이 없냐’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전 아닌데요’라고 했죠.”
그래서 나온 장모의 대답은 “내가 일에 바빠 따뜻한 된장찌개 한번 제대로 못 끓여주고…”였다.
공연은 29일 오후 7시반, 30일 오후 4시. 1만∼5만원. 02-765-5475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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