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의 특성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반목과 균열과 해체, 그리고 비인간성이다. 편가르기를 통한 대립과 반목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대립이 발전을 위한 한 과정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의 대립이 양보와 조화와 발전적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 반목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러한 대립은 우리 사회의 균열과 해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목 현상을 야기시키는 주체는 대체로 집단화된 세력들이다. 대립 그 자체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이들 집단은 배타적 구획선을 그어놓고 아군과 적군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이들은 다른 집단과 대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단이라는 익명의 보호막 아래 비인간적 집단행동을 일삼으며 소외된 소수 위에 군림하는 쾌감을 누린다. 학교에서 오래 전부터 만연하고 있는 소위 ‘왕따’의 의기양양한 집단행동이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그러한 행동의 저변에는 집단 구성원들의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시각, 뿌리 깊지만 방향성 없는 증오심, 권력과 폭력에 대한 동경, 개체로서의 자기자신에 대한 애정결핍과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증오가 가득찬 비인간적인 사회로 치닫게 만드는 반목과 대립을 해소할 길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골똘해있던 차에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원제 Love You Forever·로버트 먼치 지음·BB아이들 刊·2000)라는 아동용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두 돌 조금 넘은 딸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져있는 우리의 심성이 결여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간단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아기를 가슴에 꼭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던 어머니의 마음은 아들이 어른이 되어 손자를 낳을 때까지 항상 변함이 없다. 어머니의 사랑에 무관심한 채 제멋대로 성장하여 객지생활을 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요청으로 어머니집을 방문한다. 어느새 몹시 노약해진 어머니를 보며 슬픔에 잠겼던 그는 잠든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그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을.
우리 사회가 반목과 균열과 해체의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개개인의 자기성찰과 자기반성도 필요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각 교정도 필요하고, 어쩌면 집단적 정신치료도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현실의 모든 모순과 한계를 극복해내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변함없이 커다랗고 넉넉한 사랑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과 사람들과 자연을 대하는 것이다.
딸 아이에게 이 책을 자주 읽어주는 이유는 우선 내 자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증오의 찌꺼기를 씻어버리기 위함이고, 또한 이 거친 세상에서 딸 아이의 심성이 황폐해지지 않고 화해와 평화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의 근본을 형성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다.(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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