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창작동화고르기]쓸모없는 사람은 없어요 '강아지 똥'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45분


강아지 똥/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36쪽 6800원 길벗어린이

어린이 책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교육성’입니다. 그것은 자칫 부정적 의미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상업적인 목적으로 앞세우는 ‘교훈’이나 얕은 ‘지식’과는 구별되어야 하겠습니다. 스미스 여사는 그의 저서 ‘아동문학론’에서 어린이들은 아동문학에서 ‘몰염치 할 정도로 재미를 쫓는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이 재미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좋은 어린이 책이라면 살아가면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을 구별하여 가르쳐 줍니다. 사람의 바른 도리를 가르쳐 줍니다. 삶의 기쁨을 발견하게 합니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강아지 똥’(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9)은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강아지 똥조차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귀한 자기만의 몫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이 세상 누구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귀한 가르침을 줍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작은 아이도 피부 색깔이 다른 아이도, 키가 크거나 작아서 고민인 아이도 제각기 자기 빛깔을 가진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게 합니다.

‘황소와 도깨비’(이상 지음 다림 1999)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우리 겨레의 정신을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마을에 놀러왔던 아기 도깨비는 돌쇠가 전재산으로 여기는 황소 뱃속을 두달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인정많은 돌쇠는 도깨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황소 뱃속에 들어간 아기 도깨비가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신에 도깨비는 돌쇠가 큰 부자가 되도록 해 줍니다. 돌쇠는 이 책의 말미에서 “도깨비가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주어야 해!”라고 혼자 하는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도깨비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돌쇠의 착한 마음이 복을 받게 했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 겨레가 이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은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사람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기료 장수’(겨레아동문학 선집5 보리출판사 1999)에 나오는 가난한 신기료 장사 할아버지는 혼자 떠도는 거지 아이의 낡은 신을 거저 기워주기로 약속합니다. 잠시후에 돈 많은 부자가 돈을 얼마든지 줄테니 자기의 신을 먼저 기워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이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끝까지 천천히 성의를 다해 거지 아이 신발을 기워주고 아이가 새 신을 신고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몸으로 눈빛으로 돈보다 신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조월례(어린이도서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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