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에 와서는 영역의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술만 하더라도 창작과 비평 이론영역이 나눠져있다. 그러나 특히 전통회화분야에서는 시(詩) 서(書) 화(畵) 일치니 문인화니 하는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창작과 이론이 분리되지 않게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왔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창작과 분리되어 이론만이 독주할 때 이론 자체의 공소함을 못 면하게 될 것임은 물론, 창작에도 큰 영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이론이 부재한 창작만으로는 예술이 손끝의 기예로 빠져 들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창작과 이론을 함께 연구한 두권의 회화재료서를 반갑게 보았다.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올해 나온 ‘우리 그림의 색과 칠’(정종미 지음)과 ‘자연염색’(이승철 지음)은 화가인 저자들이 실제 창작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저술했다는 점과, 우리 그림의 재료, 기법 연구서라는 점에서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 그림의 색과 칠’은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이 중국이나 일본과 어떻게 다르며, 결국 그 차이가 중국화나 일본화와 어떻게 다른 한국화만의 양식과 미의식으로 귀결되는가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안료와 접착제 연구에 있어서 저자는 여러 가지 실험을 바탕으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는데 한국화, 특히 채색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한 재료학을 작품을 통해 직접 적용시킴으로써 자신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연염색’은 한국화의 채색 중에서도 우리 옷감과 그림에 즐겨 사용되어왔던 천연염료를 중심으로 한 연구서이다. 저자는 우리 산천에 자생하는 식물성 염료를 중심으로 하여 그 염재들에서 독특한 미의식을 발현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역시 실험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맑고 그윽하면서도 깊이 있는 한국적 자연색에 대한 다양한 추출과 염색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년간의 우리 종이 만들기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한지 염색부분은 이 책의 돋보이는 성과이다.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면서 그 분야의 저술을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허다한 화론들이 창작자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보면 화가의 저술은 사실 그리 특이한 일이라고 할 수만도 없다. 재료나 기법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주관성과 독단성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미술가가 쓴 재료의 연구나 기법연구는 후학들을 위해서도 많을수록 좋다. 모처럼 나온 한국화 분야의 재료, 기법 연구서인 이 두 권의 책이 그림 전공자들 뿐 아니라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폭 넓게 읽혀지기를 기대한다.
김병종(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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