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중견의사]내분비질환 임승길-송영기 교수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45분


◆ 신촌 세브란스병원 임승길교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임승길 교수(47·사진)는 85년에 생긴 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골밀도 측정기라는 기계가 들어왔다. 골다공증(뼈엉성증)이라는 질환에 대해 잘 모르던 때였다. 임 교수는 스승 허갑범 교수의 ‘강압’에 못이겨 이 기계와 함께 골다공증 진료업무를 맡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사용법을 알게 됐지만 정작 환자는 찾아오지 않았다. 당시엔 환자들도 골다공증에 걸렸는지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었다. 동료 의사들이 뼈가 잘 부러지는 환자를 그에게 보내주면서 측정기를 사용할 기회가 조금씩 늘게 됐다.

이 때문에 그는 국내 골다공증 치료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승 때문에 ‘생소한’ 질환을 담당하게 됐지만 지금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골다공증은 ‘여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폐경기 이후 여성이 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숨지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특히 전쟁을 겪었던 세대에서 골다공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뼈가 형성되는 시기에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최근에는 30, 40대 젊은 층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국내 환자 수는 200만명 정도지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환자 수는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증세를 보이나.

“골다공증에 걸리면 뼈가 잘 부러진다. 흔히 대퇴부 골절이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국내 환자의 경우 척추 골절이 더 많다.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우 실제로 키가 줄어들기도 한다. 척추 뼈 중 일부가 부러져 몸이 쪼그라들게 되고 통증은 점차 심해진다.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사회 생활에서 자신감을 잃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려는 환자도 많다. ”

-치료법은.

“내과 의사 중 당뇨병 전문의는 환자에게 음식 조절을 강조하는데 골다공증 전문의는 무조건 골고루 많이 먹으라고 말한다. 그만큼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뼈가 생기는 것을 돕는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 유제품을 많이 먹고 필요할 경우 칼슘 보조제도 복용해야 한다. 이후 여성호르몬 등 골흡수 억제제나 부갑상선호르몬 등 골형성 촉진제를 투여한다. 지금까지는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골형성 촉진제가 없어서 환자에게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정식 허가를 받은 약품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교수는 88년부터 3년간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에서 객원 교수로 일하면서 대장균을 이용해 부갑상선 호르몬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 방법을 응용해 뼈가 생기는 것을 돕는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중고교 시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는 인생에서 뼈의 형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다이어트는 골다공증의 최대 적이다. 이는 폐경 연령을 3∼4년 더 앞당겨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특히 폐경 전후의 여성은 골밀도 측정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 서울중앙병원 송영기 교수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내과 송영기 교수(44·사진)는 병원에서 ‘식도락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매주 두 번 발행하는 의협신문에 식당 기행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매주 한두 번 동갑내기 의사인 아내를 위해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생선 조림 요리에 대해 ‘예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송 교수는 요리가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요리〓예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예술을 뜻하는 영어 아트(Art)는 원래 그리스어로 의술을 뜻하기도 했다. 의사학(醫史學) 교과서에 따르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한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였고 이 때 예술은 곧 의술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송 교수는 특기(진료)도 예술, 취미(요리)도 예술인 셈이다.

송 교수는 “나는 진료 부분에서 뛰어난 ‘예술가’는 아니며 내과 김원배, 외과 홍석준, 핵의학과 유진숙 교수 등 훌륭한 동료들과 팀을 이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목에 혹이 생겼다고 갑상샘(갑상선)암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단순한 혹으로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외관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놔둬도 된다. 갑상샘 호르몬을 투여하면 혹의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 혹이 암으로 확인돼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갑상샘암 중 가장 많은 유두선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0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기타 갑상샘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우선 갑상샘에서 호르몬을 적게 분비해서 생기는 갑상샘 기능저하증을 들 수 있다. 갑자기 추위를 타거나 몸이 붓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 병은 50세 이상 성인의 10%, 65세 이상의 2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인구의 0.3%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기능항진증 환자인데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이 병 환자였다. 체중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는 등의 증세가 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 또는 항진증의 치료법은.

“저하증의 경우 갑상샘 호르몬 제제를 먹으면 좋아진다. 여성 호르몬 제제와는 달리 암 유발 위험도 전혀 없다. 일부에서는 다시마 미역 등 요드가 듬뿍 든 음식을 먹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다이어트 식품도 갑상샘에는 좋지 않다. 항진증은 갑상샘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이나 액체 상태의 방사선 동위원소를 복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환자는 방사선 동위원소 때문에 암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미량이므로 암 발병 위험은 없다.”

-갑상샘 질환은 사람마다 증세가 달라서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데….

“그렇다. 특히 여성은 출산한 직후 10%가 갑상샘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붓거나 쉬 피로한 증세 등이 나타나는데 보통은 ‘산후풍’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혼자서 끙끙 앓고 지낸다. 이 경우에는 내과 의사에게 갑상샘 질환 여부를 검사받고 병이 있다면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갑상샘 질환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부작용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갑상샘 질환도 치료가 가능하며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임신부도 의사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 약을 복용한다면 태아에게 전혀 해가 없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임승길 교수와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송영기 교수가 당뇨병을 제외한 내분비 질환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 내과 교수 48명에게 △가족 중 갑상샘 질환이나 골다공증 등 내분비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와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경희대병원 김성운 교수도 ‘톱 2’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김 교수는 성장 호르몬 치료요법을 국내에 보급시킨 의사로 평가된다. 또 99년 말 ‘동서 성장 호르몬 자율 신경 클리닉’을 개설해 양한방(洋韓方) 협력으로 성장호르몬을 이용한 노화 방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추천 의사의 점수를 소속 병원 별로 집계한 결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중앙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경희대병원, 삼성제일병원 등의 순이었다.

내분비 질환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속 병원

세부 전공

골다공증, 갑상샘

임승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송영기

울산대 서울중앙

갑상샘

김성운

경희대

성장호르몬

송민호

충남대

갑상샘

정재훈

성균관대 삼성서울

갑상샘

신찬수

서울대

골다공증

민용기

성균관대 삼성서울

골다공증

김경래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갑상샘

임성희

한림대 한강성심

갑상샘

최웅환

한양대

비만

박도준

서울대

갑상샘

한인권

성균관대 삼성제일

골다공증

강무일

가톨릭대 성모

골다공증, 갑상샘

김원배

울산대 서울중앙

갑상샘

윤현구

성균관대 삼성제일

골다공증

차봉연

가톨릭대 강남성모

갑상샘, 골다공증, 당뇨병

백세현

고려대 구로

갑상샘, 골다공증, 당뇨병

유재명

한림대 강남성심

갑상샘

김현만

아주대

갑상샘

김인주

부산대

갑상샘

홍성관

울산대 서울중앙

뇌하수체

정동진

전남대

골다공증

민경완

을지대 을지

골다공증, 갱년기 장애

김난희

고려대 안산

갑상샘, 골다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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