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나이차가 있지만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문학의 열병을 앓아 왔다는 것과 문학을 정식으로 배운 바 없이 홀로 연마했다는 것. 서씨는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포기하고 10년간 절치부심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왔으며, 김씨는 대학에서 공학을 배우면서도 늘 시집을 놓지 않았던 문학청년이다.
이들의 응모작을 어렵지 않게 당선작으로 결정한 심사위원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신선한 필력에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우직함이 믿음을 준다”며 이들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었다.
‘농사꾼의 아들’인 서씨는 문학과 인연을 맺은 것이 ‘가난 콤플렉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릴적부터 고향에서 못배우고 소외된 이웃의 삶을 체험했다. 이들의 아픔을 이야기로 만들어 알리고 싶다고 결심한 것이 중학교 때였으나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일찍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먼길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이상 직장생활을 하면 글을 포기해야할 것 같아서” 91년 오래 다니던 직장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생계에 얽매일까봐 결혼도 포기하고 최저생계비로 연명하는 막막한 습작 생활을 지탱하기 꼬박 10년. 그래서 그의 당선을 ‘인간 승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씨의 경우는 대학에 들어간 직후 우연히 읽은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이 삶의 전기가 됐다. 어릴적 서울 구로공단 인근에 살았던 그는 ‘얼굴이 노랗게 물들어 돌아오는 공순이 누나’를 매일 보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체험이 박노해의 절절한 노동 시(詩)와 공명하면서 ‘강렬한 공감’을 체험했고 시가 갖는 마력에 빠지게 됐다. 몇 년간 누구의 지도도 받지 않고 스스로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창작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움텄다.
문단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소설은 천업’이고 ‘시는 애인’이다. 서씨는 “소설은 인간이란 소우주를 해명하는 도구”라고, 김씨는 “시는 타자와 소통하려는 고독한 몸짓”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고독한 습작의 단련을 통과한 이들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안다. 서씨는 “앞으로가 더 힘들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김씨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학이 삶이라는 가시방석 위에서 즐기는 위대한 오락”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 짊어진 형극의 길이지만 앞으로 한눈 팔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다. 서씨는 “단 한 작품일지라도 오래 읽힐 수 있는 소설을 쓰겠다”고, 김씨는 “소설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시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 2002년 동아 신춘문예 당선작 및 가작 전문(全文)은 동아닷컴(http://www.donga.com/docs/sinchoon/)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