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마들의 하루

  • 입력 2002년 1월 3일 15시 36분


임오년(壬午年) 말띠해가 힘찬 서막을 올렸다.

국내산 경주마 보급기지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한국마사회 ‘원당종마목장’ 에 있는 종마(種馬) 5필은 여느 해보다 힘찬 발굽질로 임오년을 맞았다.

한때는 트랙에서 기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경마팬들의 환호를 받았던 명마들이지만 이제는 현역에서 은퇴, 자신보다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한 국내 유일의 종마 역할을 하고 있다.

마리당 5억-10억원을 호가하는 종마들의 하루를 지켜봤다.

▽하루일과= 종마들은 아침 6시30분경 기상한다. 곧바로 보리, 옥수수 등이 포함된 고급 사료로 아침식사를 한다. 한 마리당 하루 사료량은 4∼5㎏.

5마리가 모두 별도의 건물에서 생활해 식사도 언제나 혼자서 한다. 식사가 끝나면 2시간 동안 모래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을 푼다. 역시 개별 말마다 500여평씩 차지하고 혼자서 운동한다.

운동이 끝나면 조련사가 30여분에 걸쳐 솔질을 해준다. 이때 건강상태와 외상이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다음엔 한 마리가 2000여평씩의 초지를 차지하고 마음껏 뛰논다. 함께 섞어놓으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심하게 싸우기 때문에 울타리를 쳐 마주치지 않도록 해 놓았다.

눈내린 겨울에는 사고위험이 높아 초지로 내보내지 않는다.

해질녘에는 각자의 마방(馬房)으로 돌아가 조련사가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나면 잠자리에 든다.

식사는 수시로 먹는 건초와 하루 세 번 먹는 고급 사료가 전부. 여름철에는 초지에서 풀을 뜯어 먹는다.

▽교배와 스태미너 관리= 이들의 주 임무인 교배는 발정기인 3월-6월에 이루어진다.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경주마 종자를 받으려는 암말 소유주들이 연말경 마사회에 신청해 연초에 일정이 확정된다.

한 마리가 시즌때 교배해야 하는 암말은 60두가량. 수정이 안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교배회수는 100회에 이른다.

교배는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차례 이루어진다. 출산 확률은 70%이므로 한 마리의 종마가 생산하는 자손은 연간 40마리 가량이다.

교배시즌에는 종마의 체력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조련사들의 관심과 걱정도 커진다. 그렇다고 특별한 보양식을 공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 등 원기를 북돋는 영양소를 공급해주고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워낙 많은 암말과 접하기 때문에 성병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고 교배 전후로 암말과 종마 모두 성병검사를 한다.

▽찾아가는 길= 이곳에 가면 총 11만평의 부지에 힘차게 뛰노는 말들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되는 일산선 삼송역에서 내리면 마을버스가 다닌다. 자가용으로는 구파발에서 고양시 경계를 지나 한양골프장 못미쳐 농협대학쪽으로 우회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연중 무료로 일반에 공개되며 우람한 나무들로 우거진 진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031-966-2998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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