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피우는 여자는 구질구질해▼
홍보 회사에 다니는 애연가 김모씨(27·여)는 단짝 여자친구의 남자친구와 상견례를 하기에 앞서 친구로부터 “격이 떨어져 보이니까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
의류전문 쇼핑몰 서울 두산타워 지하에 문을 연 13.7평 규모의 여성전용 흡연실 ‘여사랑(女舍廊)’은 애연가들로 항상 붐빈다.
하루에 반갑 이상 담배를 피운다는 이선경씨(22·회사원)는 “길거리나 건물 로비에서 담배를 피우면 여자들까지도 이상한 시선으로 봐 이곳에서나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흡연’은 “여자니까 안 된다”가 아니라 ‘구질구질하다, 고급스럽지 못하다’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인 것. 한 때 ‘전투적 여성상’ 표현의 하나로 공개흡연의 자유를 외쳤으나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는 조짐이다.
여대생들의 뒷모습에서 천으로 된 ‘백팩’이 사라진 것도 특징. 대신 정장에 맞춰 입는 토드백이나 배낭형 가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옷 역시 청바지나 면 티셔츠류보다는 세미정장 이상의 격식을 갖춰 입은 스타일이 대세다.
박희선씨(21·여·서울 S대 3년)는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런 걸 입고 신었을 때 ‘곱게 자란 딸’ 같은 정숙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생 전문 웹사이트 젝시캠퍼스(www.xy.co.kr)가 대학생 회원 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사랑의식 설문조사’ 결과 ‘공공장소에서 연인끼리의 진한 애정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나’에 대한 질문에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가 5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상관없다’는 21%, ‘나도 해보고 싶다’는 19%였다.
데이트 때 즐겨 찾는 곳을 묻는 질문에는 45%가 비디오방, 41%가 카페, 5%가 자취방 등을 꼽았다.
성모씨(22·서울 D대학 3년)는 “사적인 공간에서의 성행위는 또래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고 성행하기도 하지만 노출된 공간에서의 매너에는 신경을 쓰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업선택 재테크 안정지향적▼
“언제 다시 호황이 오겠어요? 전 못믿겠어요. 안 잘리려면 뭐 하나 확실한 주특기를 마련해야 할 텐데….”, “안전하긴 해도 적금은 이율이 너무 낮아서…. 주식이나 채권쪽으로 잘 굴려 봐야죠.”, ”3년쯤 돈 벌어서 외국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경력관리 차원에서 어학연수할 순 없는 노릇이고, 경영학 석사(MBA)는 몰라도 최소한 ‘커뮤니케이션 과정’같은 단기과정이라도 밟고 와야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걸치죠.”, “몸관리도 중요해요. 헬스도 다녀야 하고, 참, 골프도 얼른 배워야 할 텐데….”
의류회사, 종합상사, 외국계 증권사 등에 취업한 20대 중후반의 남녀 신입사원 5명,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초반 대학생 2명에게서 들은 직업관과 생활설계다.
제일기획이 대도시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세대별 특징과 변화’에 관한 보고서 중 26∼32세층의 성향 분석을 보면 이들은 ‘수익률이 낮아도 안정성 있는 금융상품이 좋다’(64%) ‘모르는 회사의 제품은 잘 사지 않는다’(44%) ‘정당한 노력만으론 성공하기 힘들다’(73%) 항목에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찬성 표시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또 26∼32세층은 4년 전에 비해 보험가입률이 12% 증가해 43∼55세층과 함께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26∼32세 보험가입자 중 2개 이상 가입한 사람들도 54%나 됐다. 한편 ‘풀무원 생식’의 이동환 전략기획팀장은 “다이어트 붐의 영향도 있어 2001년 한해 20대의 구매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Lee & Dbb’의 한기훈 상무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소비지향성 부류’로만 인식되던 이른바 X, N세대들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며 “짧은 기간에 신분 상승을 이뤄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의 성향을 고려해 광고계에서도 ‘성공한 20대’를 부각시키는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짝 고를때도 DNA 검사부터▼
결혼정보회사 ㈜오늘(www.eonul.com)은 1월 말부터 DNA검사를 통한 중매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하고 전문직 종사자들인 ‘노블레스급’ 회원 300여명에게 참가 의사를 묻고 있다. 회계사, 의사, 법조인, 해외 유학파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회원들 가운데 100여명이 OK사인을 보내왔다.
이 유전자 검사는 치석 채취를 통한 DNA검사로 지능 체력 인성을 진단하고 지필 검사를 병행해 강박증 도착증 폭력성 등 한두 번 만남으로는 알 수 없는 기본 요소들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는다는 것. 회원들에게는 본인의 DNA검사 결과만 통보되고 결혼정보회사측에서 회원의 정보에 따라 짝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남성 회원 김모씨(29·S회계법인 회계사)는 “학교 다닐 때 암기력이 좋은 친구를 보면 그 집안 내력이 궁금했다. 좌뇌, 우뇌가 함께 발달한 멋진 2세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 회원 이모씨(27·대학강사)는 “한참 교제한 후 상대방의 건강이 나쁘다든가 지능지수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 전에 과학적인 검사를 토대로 믿음을 갖기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집안’을 보고 결혼하던 오랜 전통과 상통한다.
㈜오늘의 유재윤 대리는 20대 회원들이 학벌 재력 가족관계 등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유전적 질환이나 개인의 기질 등에 대해서 부모 세대보다도 훨씬 더 꼼꼼히 따진다고 밝혔다.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사랑을 위해서라면…’이라는 낭만적 선택을 ‘비현실적인 판단’으로 여기는 것도 20대 결혼관의 한 경향. 숙명여대 3년 박현주씨(21)는 “결혼하면 안 그래도 양가 집안문제로 신경 쓸 게 많다. ‘본인만 좋으면’이라는 생각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선배와 최근 결혼한 이주연씨(26·여)는 “주위 친구들 중에서도 학교나 교회 등에서 익숙해진 사람들끼리 결혼한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자극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검증된 배우자’를 고르고 싶어하는 심정”이라고 풀이했다.
▼학연-지연 기성세대 만큼 따져▼
외국계 컨설팅 회사 수습사원인 이모씨(24·여)는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면 슬쩍 고향을 물어보는 것이 습관이다. 이씨의 부모 고향은 경상도. 서울 H대 재학 당시 함께 몰려다녔던 다섯 명의 친구들 역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본적이 각각 대구, 부산, 경북 영덕이다. 이들은 모두 서울 대치동, 압구정동, 역삼동 등 강남지역에 살고 있어 다시 한 번 ‘지역 스크리닝’이 이루어진 셈이다. 김씨는 “표면적으로는 타 지역 출신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만 거주지나 본적이 비슷한 친구들끼리는 공통화제도 많고 말조심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20대의 참여가 많은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세이클럽 측은 3만개가 넘는 동호회 중 5000개 정도가 소지역주의 동호회로 결성돼 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만 100여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음, 프리챌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 ‘해운대 중 1, 2동 신시가지 주민들 모임’ ‘분당&성남 직딩들’‘인천사랑’ 등 소지역 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이중 ‘강남, 서초, 송파 사람들의 모임’의 경우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승인 가부 판단을 위한 ‘설문조사’에 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1회 이상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서 회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노블리안 닷 컴 커뮤니티에는 ‘강남거주 쿨(cool)한 대학생만 오세요-청담, 역삼동을 중심으로 강남구에 사는 대학생들의 모임’ ‘강남구 사랑모임’ ‘용인수지 LG아파트에 사는 노블리안 모임’ 등 거주지 중심의 비공개 모임이 많다. ‘휘진회(휘문, 진선 고딩 모임)’ ‘숙명-중동 동창회’ ‘중대부속초등학교 20기 작은 모임’ 등 명문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한 소모임도 많다. 다음 카페에도 ‘서울대-이대의 조인트 카페’ ‘연대와 이대의 화합도모’ 등 학벌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 카페가 여럿 개설돼 있다.
▼포퓰리즘 더 이상은 싫어▼
고려대에서는 투표율이 낮아 지난 몇 해 동안 총학생회장 선거가 정해진 기간을 하루 이틀씩 넘겨 치러졌다. 그러나 2001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높아져 선거기간이 지켜졌다. ‘민주노동당과 강력연대’ ‘반미’를 외친 운동권 후보 네 팀과 ‘해외 자매대학과의 교환학생 수를 늘리겠다’ ‘도서관 장서를 늘리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비운동권 후보 한 팀이 맞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운동권 후보가 당선됐다.
총 투표자 35%의 지지를 얻어 총학생회장에 뽑힌 손창일씨(25·법학4)는 “우리는 보수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포퓰리즘’을 무기로 한 운동권 학생들의 세력화에 반대한다. 우리는 더 이상 학생들을 ‘계몽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요구에 맞는 후보자가 없는 것일 뿐”이라며 “우리 세대는 공감이 가는 후보자나 사안만 있으면 얼마든지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씨(25·여·S전자)는 “대학시절 후보자가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 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보다는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내거느냐하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올 대선에는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 가운데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없어서 기권할 예정. 하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자가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한 표를 던지는 것은 물론, 주위 친구들에게도 투표를 권하겠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강준규씨(27)는 “이미 마음에 정해 놓은 대선후보가 있고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어설픈 ‘개혁’으로 민심만 흉흉하게 만드는 후보자보다는 사회적 안정을 대변하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강씨는 “주위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관찰해 보았을 때 젊은이들이라면 모두 개혁과 변화를 좋아할것이라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