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넘기면서 나이 먹어감을 탓할 때 나이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집어드는 것도 좋다. 여성학자 박혜란의 ‘나이듦에 대하여’(웅진닷컴 펴냄). 세 아들을 키우고 결혼시키고 어느새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시종 경쾌하게 풀어놓지만 에필로그 ‘삶은 지속된다’에 이르러 끝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 달 차로 큰동서와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그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왜 사느냐는 물음은 필요 없다.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푸른숲 펴냄)에 이르면 삶은 더욱 담담하다. 96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강원도 진동리 마을에 ‘하늘밭화실’을 열고 경작과 민박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화가의 삶을 엿본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려니 개구리란 놈이 댓돌 위에 올라앉아 어깨에 힘을 주고 내쪽을 향하여 눈을 부라리는 듯했다. 순간 괜스레 가슴이 뜨끔하였다. 지은 죄도 없이.’ 자신은 눌변이라고 손을 내젓지만 책 한 권 가득 담긴 그의 수다가 정겹다. 글의 소박함에 비해 그림에서는 활달한 붓끝이 느껴진다. ‘행복한 세계로의 기분 좋은 초대’라는 구본형씨의 추천사가 제격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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