座-자리 좌 銘-새길 명 贈-줄 증 覇-우두머리 패 器-그릇 기 嚆-울 효
座右銘이란 글자 그대로 자리 곁에 붙여 놓고 늘 반성의 자료로 삼는 格言(격언)이나 警句(경구)를 말한다. 대체로 經典(경전)에 보이는 名言名句(명언명구)나 名文章(명문장) 중의 문구, 또는 自作(자작)의 시구나 친구들의 贈言(증언) 등이 있다.
座右銘의 유래에는 孔子(공자)와 관계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는 문장을 걸어두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술독을 갖다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술독이 座右銘 노릇을 한 셈이다.
春秋五覇(춘추오패)의 하나였던 齊나라 桓公(환공)이 죽자 齊나라는 廟堂(묘당)을 세우고 각종 祭器(제기)를 진열해 놓았는데 그 祭器 중에 이상한 술독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술독은 텅 비어 있을 때는 기울어져 있다가도 술을 반쯤 담으면 바로 섰다가 가득 채우면 다시 엎어지는 것이었다.
하루는 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그 廟堂을 찾았는데 박식했던 그도 그 술독만은 알아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담당 관리에게 듣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무릎을 쳤다.
“아! 저것이 그 옛날 齊桓公이 의자 오른쪽에 두고 가득 차는 것을 경계했던 바로 그 술독이로구나!”
그는 제자들에게 물을 길어와 그 술독을 채워보도록 했다. 과연 처음 비스듬히 세워져 있던 술독이 물이 차 오름에 따라 바로 서더니만 나중에는 다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물을 쏟아 버리자 독은 다시 기울어졌다. 그러자 孔子가 말했다.
“공부도 이와 같은 것이다. 다 배웠다고(가득 찼다고) 교만을 부리는 자는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되는 법이니라.”
집에 돌아온 그는 똑같은 술독을 만들어 의자 오른쪽에 두고는 스스로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물론 孔子 같은 聖人(성인)이야 술독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경계할 수 있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법도 하다. 또 큼직한 술독을 침대 옆에 둔다는 것도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후에 오면 座右銘은 간단한 문장으로 대체되었다.
漢나라 때 崔瑗(최원)이라는 자가 있었다. 형이 괴한에게 피살되자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고는 도망쳐 다녔다. 후에 죄가 사면되어 고향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행실을 바로잡을 문장을 지어 의자 오른쪽에 걸어 두고는 매일 쳐다보면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현재 座右銘의 嚆矢(효시)인 셈이다.
새해 벽두에 座右銘을 하나 정해 올 한해의 수양지침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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