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관계의 거리’와 ‘상처’는 비례하는 지도 모릅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오히려 상처의 깊이는 클 수 있으니까요.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먹고 살기는 더 어려워지고 관계는 더 삭막해지는 상황에서 가족은 우리에게 마지막 보루이면서 원죄와도 같은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가족문제를 다룬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친 현대인들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정말 가족 문제가 더 이상 물밑에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심각한 골칫덩어리가 되었다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합니다.
25년 동안 미국 뉴욕 가정법원에서 일한 주디 샌들린 판사가 전해 주는 가족 이야기 ‘단순하고 무식해야 행복할 수 있다’(진명출판)에는 다양한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미국 사람들 이야기라 언뜻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혼율이 급증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주디 판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삶이 단순했다. 스무살이 되면 결혼하고 50년 정도 결혼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또 그 아이들이 스무살이 되면 결혼해서 손자를 낳았다. 모두 같은 종교를 갖고 있었고 서로 이웃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른들이 서로 갈라서서(이혼해서) 금요일 저녁마다 아이들을 여섯시에 만나야 하는지, 일곱시에 만나야 하는지를 갖고 싸운다.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가벼운 모욕을 참지 못하며 하찮은 일에 목숨을 걸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비참하게 만든다.’
주디 판사가 내놓는 처방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단순 무식하게 삽시다!(Keep It Simple,Stupid!)’(하하하)
여기에 비하면 이번주 ‘책의 향기’ C6면에 소개된 최관석군의 가족 이야기는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며 저는 풍비박산된 집안을 꾸려 가기 위해 온 몸을 내 던진 모성(母性)에 감동했습니다.
최군은 옛날에 잘 살 땐 비밀이 많았는데 이제 방한칸에서 엄마 누나랑 같이 손잡고 자니까 비밀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돈 벌면 엄마 누나 호강시키고 싶다’는 그의 말에 가난한 집에 효자난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새해,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따뜻함과 웃음이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새해 첫 주인 이번 주부터 ‘책의 향기’ 지면을 좀 새롭게 바꿔보았습니다.
테마북스, 논쟁서평, 화제의 저자 등 다양한 고정물을 신설해 독자 여러분께 보다 많은 정보를 드리려 합니다. 독자 독후감인 ‘이렇게 읽었다’와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을 격주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어린이책 면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되는 ‘키즈(Kids)’ 섹션으로 옮겨가고 그 면은 좀더 대중적인 성격의 책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새해에도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기대하겠습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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