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 지명(地名)연구위원인 김기빈씨(54)는 20년간 지명을 연구해온 지명전문가. 지금까지 지명연구서 13권을 발간했고 95년엔 해방 50주년 기념으로 펴낸 저서 ‘일제에 빼앗긴 땅이름을 찾아서’를 통해 잘못된 지명들을 지적해 일부를 바로잡는 역할도 했다.
김씨는 최근 ‘국토와 지명, 그 특별한 만남’이란 책도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 200여곳의 지명에 얽힌 역사, 지명과 인물, 지명과 현재의 모습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옛 이름이 ‘자연(紫燕)도’로 비행기를 상징하는 제비라는 뜻이 담겨 있고 경기 용인시 신갈(新葛)은 이름처럼 영동, 경부고속도로와 국도 42호선 등 각종 도로가 칡넝쿨처럼 얽혀 있다”고 말했다.
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생가는 경남 거제시 ‘대계(大鷄)마을’로 대계는 봉황을 의미하고 봉황은 대통령의 휘장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운세를 타고났다고 풀이했다.
그는 “땅과 사람간의 상생 관계는 지명에 표현되기 마련”이라며 “지명과 지역의 운세나 인물의 부침이 맞아떨어질 때면 지명 연구의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가 지명 연구를 시작한 것은 80년 국립지리원 지명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그는 이후 전남 고흥지역 지명풀이 책자를 자비로 냈다가 700여만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고 전국으로 답사를 다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엔 구미공단에서 장시간 사진 촬영을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경찰이 순찰차를 몰고 천안휴게소까지 뒤쫓아와 20여분간 해명한 일도 있습니다.”
김씨는 “국토 개발로 사라지는 지명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지명 보존과 관리를 위해 관계 법령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