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의 옷’벗고 저세상으로…혜암종정 해인사서 다비식

  • 입력 2002년 1월 6일 18시 40분



‘뎅 뎅 뎅 뎅 뎅∼’

속세의 번뇌를 깨고 밝음을 부르는 다섯번의 명종(鳴鐘)이 전국의 모든 조계종 본 말사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시작으로 대한불교 조계종 10대 종정 혜암(慧菴) 스님의 영결식이 6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구광루(九光樓) 앞뜰에서 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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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이 끝난 뒤 스님의 법구(法軀)는 오후 2시경 1000여개의 만장과 함께 영결식장에서 2㎞가량 떨어진 연화대 다비장으로 옮겨져 화장돼 한점 남은 육신의 옷마저 훌훌 벗어던졌다. 무(無)로 왔다 무로 돌아간 것이다. 다비식은 7일 혜암 종정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수습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법전(法傳) 스님과 총무원장 정대(正大) 스님을 비롯해 3000여명의 스님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 한광옥(韓光玉) 민주당 대표,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장관 등 각계인사, 신도 등 3만여명이 참석했다.

정대 총무원장은 영결사를 통해 “스님의 뼈를 깎는 용맹정진(勇猛精進)과 간단 없는 수행 일념의 삶은 우리 불교가 나아갈 큰 길을 제시했다”며 “저희들에게 주신 큰 가르침을 따라 수행, 실천함으로써 스님을 잃은 슬픔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추모했다.

법전 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언제나 ‘공부하다 죽어라’던 가르침은 지금도 가야산의 찬바람이 되어 저희들을 경책하는 법음으로 와 닿는다”고 말했다.

‘가야산 대쪽’, ‘이 시대의 마지막 선승’으로 불리며 하루 한끼 식사만 하는 ‘일일일식(一日一食)’과 눕지 않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용맹정진을 계속해 온 혜암 종정은 지난해 마지막날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에서 세수 82세, 법랍 55세로 열반했다.

해인사〓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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