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비디오의 빠른 화면에 넋이 나가서 잠시라도 애보기를 면하게 되는 것은 고맙지만…. ^…^; 엄마된 자의 양심으로 그럴 수야 없지. 그런 유혹은 떨치고 엄마와 아이가 껴안고 볼 수 있는 비디오를 골라보자.
차분한 화면구성, 따뜻한 이야기,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면 단연코 ‘하얀 꼬마곰 라스’를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어린이 대상의 동화나 애니메이션, 장난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곰이다. 짤막하고 동글동글한 몸집. 약간 느린 동작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덕분에 아이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물인데다가 사람 대신 동물을 의인화시킴으로써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견에서 한발짝 물러설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꼬마곰 라스가 보여주는 어린이의 생활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다정한 엄마 아빠, 싸우고 토라졌다가도 금세 화해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는 자기 일인양 행복했다가 찡그렸다가 안도한다. 아이는 라스의 일상 속에 들어가서 마음껏 북극의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3권의 비디오에 총 27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각각 5분 남짓한 에피소드 속에 꼬마곰 라스와 눈토끼 레나, 라스가 껴안아 부화시킨 거위 핍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은 북극. 온통 눈과 얼음밖에 없는 곳이 배경이니만큼 화면은 흰색 일색임에도 싸늘한 눈 언덕, 얼음덩이가 떠 다니는 바다, 포근한 곰들의 질감이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장난감 같은 건 있지도 않은 이 순백의 세계에서 라스는 친구들과 얼음 동굴을 탐험하고, 고드름을 악기 삼아 노래도 부르고, 아픈 아빠를 위해 얼음나라의 끝까지 달려가서 꿀을 구해오기도 한다.
또 라스의 엄마곰과 아빠곰은 얼마나 다정한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라스, 미끄러우니 조심해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나조차도 그만 기분이 따뜻해져서 아이를 한번쯤 꼭 껴안아 보고 싶어질 정도다.
정경미주부·서울 강남구 도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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